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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재꽃잎편지

바람재 꽃님에게...!

새벽마다 엷은 안개가 내려오고, 대숲에서 이는 듯한 바람이 불면 가을입니다. 
습기가 빠진 공기는 풀먹인 모시옷 같이 칼칼합니다. 들판은 어느덧 연두에서 황금으로 건너가고 
있습니다. 요즈음의 들판은 신생의 봄산과 닮았습니다. 다가올 겨울을 예감하는 가을빛이 봄빛보
다 더 눈부십니다.
가을은 더 이상의 성장을 멈추고 스스로 자신을 비우는 계절입니다. 만남의 인연이 끝나고 헤어
짐이 시작되는 계절입니다. 가을은 오행으로는 금(金)에 해당하며, 형법을 관장하는 형관이며, 
생물을 살상하는 무기와 같습니다. 나무가 시들고, 잎이 떨어지면 몸이 가을 바람에 드러난다고 
했습니다(體露金風). 삼엄한 계절이기도 하지요. 
가을이면 바람재가 그리워집니다. 
바람재를 처음 안 것은 10여년 전에 여고 교사로 있을 때입니다. 학교마다 천체관측반 동아리 결
성 붐을 타고 우리 학교에서도 '폴라리스'란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순수하고 꿈많은 여고생들은 
별에 열광했습니다. 이미 학교마다 만들어진 동아리 학생들끼리 모임을 가지고 세미나를 열고, 스
스로 자료를 찾아 나선 아이들의 가슴은 존재와 우주에 대한 탐구의 열정으로 가득했습니다. 
그 때 아이들은 바람재에 가서 별을 보았습니다. 불빛이 없고 시야가 넓은 바람재는 별보기에 최
상의 장소였습니다. 칠흑 같은 밤에 처음 본 바람재는 태초의 시공간처럼 아득했습니다. 
별들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크고 찬란하게 반짝였습니다.
얼마 후 중학교로 학교를 옮기면서 바람재를 잊었습니다.
2003년 7월 20일에 바람재들꽃 카페가 문을 열었습니다. 
바람재들꽃 카페가 만들어지고 며칠 후 뜨거운 여름날, 초창기 회원님들과 바람재에 들꽃 답사를 
갔습니다. 발 밑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작은 들꽃과 눈을 맞추며 이름을 불러주는 것, 내가 모르는 
들꽃과의 첫 만남은  또 하나의 새로운 우주가 탄생한 것과 같습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바람재 들꽃 답사를 하기도 하고, 카페를 연일 부지런히 드나들었으니, 만약 
자취가 남는다면 카페 문턱이 고운 먼지로 변했을 겁니다.
몇 년 전에는 추석 대보름달이 휘영청 떠오를 때 바람재를 찾았습니다.
바람재목장으로 들어가는 산길에 자동차를 세우고 인기척 하나 없는 산길을 세 가족이 걸었습니다. 
보름 환상인가요?  
달빛 소나타가 잔잔히 들리고, 제 마음도 '찌르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푸른 달빛에 젖은 나무
와 들풀과 풀벌레들이 무어라 속삭이는 소리들로 가득했습니다. 만상이 열린 구조로 끊임없이 넘
나들고 침투하면서 교감하고 소통한다는 것을 알 것 같았습니다. 
그 날 이후로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르면 또 바람재를 그리워합니다. 
바람재는 백두대간 30개의 구간 중 제 8구간에 들어갑니다. 
백두대간을 등반하는 사람,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어나니 바람재도 그리 조용하지는 
않습니다. 바람재 좌우에 삼도봉, 우두령과 형제봉, 황악산이 있습니다. 903번 지방도로를 달리
다가 바람재 산길로 접어들면 진분홍 물봉선과 연보랏빛 쑥부쟁이가 줄지어 서있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바람재에는 벼과의 식물들로 가득합니다. 
강아지풀, 금강아지풀, 줄, 수크령, 그령, 바랭이, 갈대, 달뿌리풀, 억새.....
함께 살아온 날들에 감사하면서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서 손을 흔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펑퍼짐한 초원 같은 바람재목장 근처에는 억새와 달뿌리풀이 많습니다.
바람재가 가장 예쁠 때는 억새와 달뿌리풀이 은빛 열매를 맺고 저무는 황혼빛을 받아 바람에 일
렁일 때입니다. 특히 목장 근처에 넓은 달뿌리풀 군락지는 거대한 늪지에 갈대가 무성한 것처럼 
보입니다. 
달뿌리풀은 갈대와 비슷한데 갈대보다 꽃이삭이 엉성하며 뿌리줄기가 땅위로 뻗고 자주색꽃이 핍
니다. 달뿌리풀의 자주빛 뿌리줄기는 칡덩굴보다 더 거침없이 산길 위를 뻗어가다 척박한 땅 속
으로 뿌리를 내리고 새 생명을 싹틔웁니다. 언젠가 바람재 정모 답사 때에 한 회원님이 달뿌리풀
의 이름이 "뿌리가 지상으로 마구 달린다고 붙인 이름이예요."라고 했습니다. 
억새와 갈대를 흔히 혼동합니다.
같은 벼과의 1년생 풀로 생김새는 물론 꽃피고 지는 계절까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쉬운 구분은 억새는 산이나 비탈에, 갈대는 물가에 무리를 이루며 삽니다. 억새의 뿌리가 굵
고 옆으로 퍼져 나가는데 비해, 갈대는 뿌리 옆에 수염 같은 잔뿌리가 많습니다. 억새의 열매는 
익어도 반쯤 고개를 숙이지만 갈대는 벼처럼 고개를 푹 숙입니다. 
억새 중에는 물가에 뿌리를 내리는 물억새도 있기 때문에 크기를 살펴봐야 합니다. 갈대는 크기
가 2m 이상으로 억새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물가에서 억새와 갈대는 크기로 구분합니다.                         
전남 장성에 있는 '갈재'는 갈대가 많다 하여 붙인 이름이지만 사실은 갈대가 아닌 억새입니다. 
과거에도 억새와 갈대를 사람들이 많이 혼동했다는 증거입니다.   
"나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바람재에 오르면 야생마처럼 거칠고 바람처럼 자유로운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
차키스'의 묘비명이 생각납니다. 
바람은 자유입니다. 두려움 없는 자유입니다. 
시월에도 바람재와 더불어 자유롭고 평안하시길 빕니다.
                                                    2009년 시월 초하루 바람재 운영진 드림
해바라기--정가네님

해국--어화둥둥님

당잔대--민들레님

절굿대--주이님

쉬땅나무--어진내님

정영엉겅퀴--쑥부쟁이님

제비동자--둥굴레님

층층잔대--달빛매화님

며느리배꼽--초아님

금불초--마르샬님

뚜껑덩굴--시나브로^^*님

불갑사꽃무릇--김민희님

장대여뀌--라이백님

사마귀풀--파란하늘꿈님

며느리밑씻개--키바님

산탄--쿠키님

여주--히든카드님

분꽃--좋은생각님

각시취--후리지아향기님

흰진범-도라지님

꿩의비름--산으로님

물옥잠--우포님

섬개미취--사랑초님

투구꽃--황소님

물옥잠--혜원님

수련--가을날님

종이꽃---수련-님

보리수나무--해란초님

한라청마--청로님

장미--이누스님

투구꽃--비단옷님

해국--해오라비님

세잎꿩의비름--늘봄님

달개비--지나님

나팔꽃--꽃내님

닭의장풀--숲꽃향기님

진노랑상사화--까치밥님

나도송이풀--가침박달님

활나물--愛美님

고마리--운곡야화님

해란초--플레이아데스님

부겐빌레아--물레방아님

물매화--소핀님

물매화--여행나라님

환삼덩굴--김천오소리님

꽃무릇--산야님

박주가리--비바리님

유홍초--네모님

가시연--여유님

물봉선--젬마님

구절초--작은나무님

계란가지--한울님

흑용각--도요새님

쥐털이슬--양각꽃비님

인도문주란--붉은인동님

산외--초롱꽃

물매화--포근이님

큰닭의덩굴--얼음새꽃님

한련초--이쁜산님

여뀌바늘--아델님

보풀--아마릴리스님

선운사꽃무릇--린네아님

하얀할매--나무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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