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다녀 오는 길
장 보러 간 것은 별 것 아닌데
중간중간 중하참이 길어져
한참만에 돌아오니
나의 손을 바라보던 남편이 웃는다.
또 어디를 기웃거리다 왔냐는 표정이다.
등에 멘 가방엔 늘 카메라가 있으니
눈에 뵈는 걸 그냥 두고 올 수 없음이다.
접시꽃은 늘 바람을 타고
큰 키를 흔들고 있으니 제대로 담기 어렵고
아랫집 낮은 담장 너머로
이제 콩알만하게 커진 감이 보여 눈맞춤 하다
호두 알도 눈에 띄어 너 반갑다 하고
우리집 화단에 꽃들 목마를까 또 들여다 보다
웃어주는 모습 두고 돌아서기 서운 해 또 찰칵 .
넉점 반이 아니라 여섯 점 반은 된 것 같다.
난 늘 이러고 산다.
아기가 아기가
가겟집에 가서
“영감님 영감님
엄마가 시방
몇 시냐구요.”
“넉 점 반이다.”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물 먹는 닭
한참 서서 구경하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개미 거둥
한참 앉아 구경하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잠자리 따라
한참 돌아다니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분꽃 따 물고 니나니 나니나
해가 꼴딱 져 돌아왔다.
“엄마
시방 넉 점 반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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