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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은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은

아이들의 이름을 누구보다 빨리 기억해
불러 주는 선생님.                                   (기억력 감퇴로 이름 석 자 중 두 글자는 확실하게 기억하고, 이름자의 앞 뒤나 다른 아이와의 혼돈으로 교실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기도 하는 선생님. 왜냐하면 아이들은 선생님의 실수가 바로 개그이기 때문에)
수업시간에는 그 이름 하나하나를
높낮이 없는 눈으로 바라볼 줄 아는 선생님. (100점)

뿔난 송아지 같은 아이들은
학년 초에 꽉 잡아야 1년이 편하다고
떠벌리고 다니지 않는 선생님.                    (200점)
점심시간에 무슨 맛있는 음식을 먹을지
고민하기보다는 아이들이 모두 도시락을
싸가지고 왔는지 늘 관심을 가지는 선생님.    (잔반 없이, 밥 알 하나도 남기지 말고 깨끗이 먹으라고 점심 시간까지 소락지를 지르는 선생님)

부모의 직업이나 아파트의 평수,
혹은 자가용의 배기량에 따라
아이들을 구분하지 않는 선생님.       (머리가 따라주지 않아 그 딴 거 를 절대 못 외우는 선생님)
학급 환경 정리를 하는 데
화분이며 거울이 필요하다고
부모들에게 전화를 걸지 않는 선생님. (내가 꽃이므로 더 이상의 꽃을 바라지 않는 선생님 )

잘 노는 것도 중요한 공부라고
아이들 앞에서 한 번이라도
자신 있게 말한 적이 있는 선생님.  (자신있게 말하는 정도는 아니고, 놀 때는 신나게 놀으라고 옆구리 쿡쿡 찌르는 선생님)
학부모를 만났을 때
아이들의 성적 이야기를
제일 중요한 화두로 삼지 않는 선생님. (수학 영재를 다니는 아이가 왜 90점을 한 번도 못 넘어욧?! 하는 식의 제발 그 선행하는 학원 좀 그만 보내라는 종용을 일삼는 선생님)

영화'여고괴담'을 보고 나서
교사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불순한 영화라고 벌컥 화를 내지 않는 선생님. (벌컥까지는 아니고, 저거였어? 하고 김빠지는 소리를 냈던 선생님. 휴! 안 봤으면 클날뻔핸네!)
내가 멋진 교육을 해야 학교가 변한다고 믿는
소박하지만 신념이 강한 선생님. (그래서 가끔 외로워지는 선생님)

전교조나 참교육이라는 말을 들을 때
색안경을 끼고 대하지 않는 선생님   (가끔은 이해하지 못 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선생님)
북녘의 아이들의 굶주리고 있는 현실에 대해
아이들하고 단 한번이라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 선생님 (사립에 있는지라 수도 없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이야기를 나누는데 반응이 시원치 않아 벌컥 화도 내는 선생님) 
바로 그런 선생님이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이다. (안도현 아저씨보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이고 싶은 선생님)

-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 안도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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