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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별꽃 님의 7월 꽃편지

 

바람재 꽃님에게...!


눈부신 유월의 햇살을 따라 4대강 공사 현장인 여주 남한강 이포보에 다녀왔습니다. 
이포보 공사 현장 옆에는 작은 '장승공원'이 있습니다. 장승공원 안으로 걸어가면 끝자락에 키
다리 버드나무가 네댓 그루 서 있고, 그 옆에 나무 벤치가 있습니다. 나무벤치에 앉으면 어머니 
품같이 넓은 남한강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한 쪽에서는 강줄기를 나누어 작은 둑을 쌓고 강바닥
의 흙을 굴삭기로 퍼 올리면 대형 트럭이 어디론가 쉼 없이 나릅니다. 다른 쪽에서는 수 십 미터
가 넘는 수문을 만들기 위해 콘크리트 구조물이 높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평화롭던 강바닥이 뒤집
혀 아수라장이 되고, '살려달라'는 뭇생명들의 외침이 한여름의 매미소리처럼 들리는 듯 했습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듣는 것과 보는 것이 얼마나 다른가를 알았습니다. 
장승공원 안에는 개망초가 은하수처럼 길게 흐릅니다. '망초'란 이름을 처음 안 것은 도종환의 
시, <접시꽃 당신>입니다.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사그러지는 아내의 생명을 앞두고 읊은 절절한 싯구절에서 망초꽃은 누군가의 한 많은 눈물로 제
마음에 자리 잡았습니다. 끝없이 돋아나는 망초꽃은 개발에 밀려 힘없이 사라지는 뭇생명들이 서
럽게 환생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초여름에 접어들면 어디든 피어나는 식물은 망초와 개망초입니다. 망초는 개망초보다 키가 더 크
고, 지름 3mm 정도의 작은 꽃을 많이 달고 있으나 활짝 피지 않으니 잡풀로 보입니다. 개망초는 
망초보다 키가 작지만 지름 2cm 정도의 예쁜 꽃을 시원스레 피웁니다. 개망초란 이름은 워낙 생
명력이 강해서 다른 곡식이 자랄 수 없게 농사를 망쳐서 망조 들었다는 말에서 유래된 걸로 추측
합니다. 개망초는 잎과 뿌리가 그리 넓게 퍼지지 않고, 씨앗을 많이 만들어서 순식간에 많이 번지
지만 다른 식물에 큰 해를 끼치진 않습니다. 자신의 생명이 다하고 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다른 
식물이 잘 자라도록 밑거름이 되어줍니다.
이른 아침, 진초록 들판에 개망초가 꽃문을 열면 청초한 모습이 몹시도 아름답습니다.
개망초는 중국 신화에 나오는 '복희'가 자로 반듯하게 줄기를 그리면, '여와'는 컴퍼스로 두 개
의 원을 그려서 작은 원 안에 노오란 꽃을 도톰하게 심고, 바깥 원은 하얀 꽃을 촘촘하게 붙여서 
만든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꽃이름을 물으면 '계란꽃!'이라고 큰소리로 말합니다. 개망초의 잘
못이라면 부지런히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많이 만든다는 것입니다. 여름철 우리나라 산야를 아름답
게 수놓는 개망초, 그에 어울리는 예쁜 이름을 다시 지어주고 싶습니다. 
이포보를 둘러보고 신륵사에 들어갔습니다. 신륵사에서 가장 경관이 좋은 곳은 유유히 흘러가는 
여강이 내려다보이는 '강월헌'입니다. 널찍한 암반 위에 세운 '강월헌' 주변에는 나무 그늘이 깊
고, 나옹선사의 다비장에 세운 소박한 삼층석탑과 늘씬한 다층전탑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곳입
니다. '강월헌' 앞 여강에도 작은 둑을 쌓아서 강바닥 흙을 퍼내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4대강에서 삽질이 끝나고 16개의 보가 완성되는 날,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사라지겠습니까?
도(道)는 통하여 흘러야한다고 했습니다. 강물 또한 통하여 흘러가야 하겠지요. 흐르지 못하고 
곳곳에 막히고 머문다면 수질 정화가 아니라 오염 심화가 일어나리라는 것은 명백합니다.
생태주의자로 유명한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조상 대대로 살던 땅을 빼앗고 들소를 마구잡이로 죽
이는 '얼굴 흰 사람'들을 향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대지의 일부분이며, 대지는 우리의 일부분이다. 들꽃은 우리의 누이이고, 순록과 말과 
독수리는 우리의 형제이다. 강의 물결과 초원에 핀 꽃들의 수액, 조랑말의 땀과 인간의 땀은 모
두 하나다. 들소와 작은 사슴과 칠면조가 사라지면 그 다음은 숲의 아들들인 우리 차례가 될 것
이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 모두는 하나이다."
나바호족 인디언들은 기도문을 외우거나 인사를 할 때 '호조니'라고 말합니다. 
'호조니'는 '조화, 평화, 아름다움, 균형'을 뜻합니다.
"대지, 그것의 삶과 나는 하나 / 호조니, 호조니
 대지의 발은 곧 나의 발 / 호조니, 호조니
 대지의 몸은 곧 나의 몸 / 호조니, 호조니
 대지의 생각은 곧 나의 생각 / 호조니, 호조니
 대지가 하는 말이 곧 내가 하는 말 / 호조니, 호조니!"
잠시도 조용히 있지 못하고 수다를 떨고 고성을 질러대는 우리 아이들의 혼란스런 영혼을 위해
서도 인디언처럼 사람들과 떨어져 숲에 들어가서 명상에 잠길 필요가 있습니다. 
홀로 앉아서 나뭇잎의 수런대는 소리, 자신의 본성대로 활짝 피어 기쁨에 젖어있는 들꽃들, 밤
이면 거대한 침묵 속에 자신의 길을 운행하는 별들을 오랫동안 바라본다면 자연의 숨결과 언어
를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모든 생명은 신성하며, 풀 길 없는 위대한 신비가 깃들어 있음을 알
고 함부로 자연을 파괴하지 못 할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치켜 세우지만 인간이야말로 우주에서 가장 잔인하며 
폭력적이고 위험한 종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인간만이 
생명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그 아름다움에 전율하고, 아름다움을 위해서 헌신할 수 있습니다. 
인간만이 가진 뛰어난 지성으로 가장 깊은 생명의 근원이 무엇인지 거듭 거듭 물어야합니다.
무더위 속에서 아리땁게 피어난 능소화를 들고 칠월의 인사를 드립니다. 
청안하세요!
                                                 2010년 칠월 초하루 바람재 운영진 드림
끈끈이대나물--정가네님

실거리나무--둥둥님

개망초--둥둥님

털중나리--주이님

아왜나무--민들레님

캘리포니아 양귀비(금영화)--디비디비님

대성쓴풀--해오라비님

광릉골무꽃--플레이아데스님

갯까치수영--새벽의숲속님

생열귀나무--늘봄님

쥐오줌풀--나영님

회목나무--홍주네님

큰앵초--가침박달님

금낭화--파아란님

수련--파란하늘꿈님

일본목련--산바람님

들쭉나무--여왕벌님

섬초롱꽃--여행나라님

찔레꽃--큰곰님

술패랭이--다연님

홍화--텃밭지기님

땅채송화--둥굴레님

샤스타데이지--가을하늘님

고욤나무--초아님

금강애기나리--청로님

인동초--선한사람님

병아리난초--시계초님

부처꽃--이누스님

유럽나도냉이--하늘타리님

치자꽃--달희님

백작약--네오님

타래난초--안동어뱅이님

꽃쥐손이--터앝님

좁은잎배풍등--시연님

참꽃마리--사랑초님

해당화--비애틀님

황벽나무 수꽃--라이백님

산딸나무--도요새님

초롱꽃--나비와호수님

섬초롱꽃--깜장고무신님

나도수정초--캔디님

붓꽃--하늘매발톱님

물망초--포근이님

피라칸다--글라디님

범의꼬리--가을날님

노각나무--아그네스님

인동초--우포님

호자덩굴--아마릴리스님

감자꽃--아델님

큰앵초--박달나무님

젖꼭지나무--물푸레나무님

흑제비꽃--지니님

철쭉--꽃늪님

딱총나무--산야로님

국수나무--까치밥님

분홍찔레--감골님

엉겅퀴--흐르는별님

기린초--각하님

한라산 붉은병꽃나무--젬마님

태백바람꽃--Kplant1님

스웨덴  갯장구--린네아님

깔끔한 할매--나무꾼님

출처 : 바람재 들꽃
글쓴이 : 정가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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