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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좋은인연

[스크랩] 너는 나, 나는 너!

쓰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무대는 충분히 드라마틱했고, 황홀했으며 색색의 빛깔로 고운 채송화 꽃밭 같았습니다.

저는 그 무대 아래 수굿이 앉아서 힘차게 박수를 치며 살아간다는 것의 벅찬 감동을 되짚어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렇게 아름다운 만남을 글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사람이 꽃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고, 또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는 것을요.

글을 쓴다는 것은 먹고 잠자고 사랑하는 것만큼 원초적 본능이라는 것도요.

 

하나. 바람재 모임은 불교 경전인 <화엄경>에 나오는 인드라망과 닮았습니다.

인드라는 우주의 중앙에 있다는 수미산 꼭대기에 사는 제석천이고, 망網은 그물이라는 뜻입니다. 인드라망은 우주를 덮을 만큼 큰 그물로, 그물코마다 찬란하고 영롱한 구슬이 달려있습니다. 모든 구슬 하나마다 나머지 낱낱의 구슬의 모습이 비치기를 중중무진하게 무한히 되풀이 됩니다.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 하나는 모두요, 모두가 하나인 장엄하게 아름다운 우주가 바로 우주의 참모습입니다. 당신 안에 내가, 내 안에 당신이 있습니다. 너는 나, 나는 너입니다. 이 우주에 타인은 없습니다. 모두가 나의 동의반복이라는 것을 이번 바람재정모에서 생생하게 체험했습니다.

 

두울, 바람재 모임은 사랑입니다.

저의 닉네임은 별꽃입니다. 별꽃이란 닉네임은 여고 때, 교장실 출입문 앞 복도에 걸린 액자의 글에서 따온 것입니다.

 

“하늘에는 별들이,

땅에는 꽃들이,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사랑이... 괴테”

 

별처럼, 꽃처럼 사람이 아름다운 것은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위하고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입니다. 아낌없이 주고 또 주어도 부족할까봐 염려하는 마음입니다. 그 마음을 바람재 모임에서 확인했습니다. 정말 가슴 뿌듯한 경험입니다.

저는 괴테의 그 글이 하도 좋아서 수시로 가슴에 새기곤 했습니다. 세월이 20년도 더 흘러서 바람재들꽃카페에 가입할 때, 주저 없이 별꽃이란 닉네임을 사용했습니다. 알고 보니 별꽃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잡초입니다. 이른 봄에 양지바른 골목이나 들판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으로 허리를 굽혀서 가만히 눈여겨보아야 겨우 보이는 작디작은 꽃입니다. 그래서 더욱 정이 갑니다. 작은 것이 큰 것보다 더 편안하고, 무대의 주연이 아니라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주는 그런 삶을 저는 더 좋아합니다. 그것도 감히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세엣, 죽음도 삶도 꽃처럼 여여하게, 아름답게 살아내고 싶습니다.

초기 바람재 회원이면서 시인이고 미술평론가이신 녹차한잔님이 써주신 <별꽃>이란 시가 있습니다.

 

“꽃이 하늘에 올라가면 별 / 별이 땅에 떨어져서 꽃

살아서 꽃 죽어서 별 / 살아도 별 죽어도 꽃

별밭을 내려다보며 / 꽃밭을 우러르며

죽음도 삶도 / 허물어 버리는 별꽃”

 

저는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을 되새길 때면 늘 가슴이 찌잉~~~ 울렁입니다.

죽음도 삶도 꽃 피고 지듯이 평범한 일상이고 우주의 질서이자 리듬이라고요.

꽃은 활짝 피어도 소리가 없고 질 때도 소리가 없습니다.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할 뿐입니다.

천상병 시인처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다.” 라고 모든 꽃님들이 말했으면 합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끝까지 함께 못해서 미안했습니다.

 

 

 

 

출처 : 바람재 들꽃
글쓴이 : 별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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