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 산을 향해 달려갔다. 이번은 소년이 뒤따라 달리지 않았다.
그러고도 곧 소녀보다 더 많은 꽃을 꺾었다.
"이게 들국화, 이게 싸리꽃, 이게 도라지꽃..."
"도라지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네. 난 보랏빛이 좋아... 그런데,
이 양산같이 생긴 노란 꽃이 뭐지?"
"마타리꽃."
소녀는 마타리꽃을 양산 받듯이 해 보인다. 약간 상기된 얼굴에 살포시
보조개를 떠올리며. 다시 소년은 꽃 한 옴큼을 꺾어 왔다. 싱싱한
꽃가지만 골라 소녀에게 건넨다. 그러나, 소녀는
"하나도 버리지 마라."
-황손원의 소나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