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할 것 없는 나의 일상에서
가을맞이 란 것은
제철 채소 사들여 때 맞춰 김치를 담는 일도 한 가지이다.
명품채소를 고르는 눈도 있어야 하고
맛나게 담그는 솜씨도 있어야 하는데
30여년이 되어가는 살림살이 중에 늘 간 맞추는 일이 걱정이니 달인이 되기는 아예 글렀다.
무늬만 주부 9단 .
김치냉장고가 생긴 후 대부분 주부들은 김치 담그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감을 잃은 주부들도 많으리라는 생각이다.
어제는 점심 먹으러 간 식당 앞에 벌여놓은 야채 중 에
돌산 갓을 서너 단 사들고 와 절여놓고 노을을 보자고 나갔다 깜박 잊고
놀다 와 보니 갓은 다시 밭으로 돌아갈 태세이고
부랴부랴 소금 더 얹고 양념 준비 해 얼기설기 통에 담고 보니 밤 열두 시가 다 되었다.
요즘 부쩍 깜박이 증상을 더해 가는 게 작은 두려움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역마살이 발동하면 집에 있는 일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한 번 일을 손에 잡으면 몰아치기로 하는 게 내 일 습관이라
오늘은 목욕하고 오는 길에 슈퍼에 진열된 총각무를 주문 해 놓고
또 김치 담글 준비 중이다.
다음 주 엔 동치미도 담그려고 고추도 소금물에 삭히는 중
11월 중순에는 배추김치 해 넣고 나면 가을은 깊어
옷을 더 입게 만들 것이다.
올해는 양념값들이 만만찮은 대신 야채 값은 조금 헐 한 것 같은데
이러나저러나 해 마다 김장해야 하는 비용은 조금씩 상승되는 것 같다.
어쨌든 내가 수고하지 않아도 농사 지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쉽게 먹을 수 있으니 감사해야 할 일이다.
가을은 햇살아래 잘 자란 건강한 야채들을 많이 먹을 수 있어 좋다.
윤기 나는 햅쌀밥을 먹을 수 있는 나의 생일도 있어 더더욱 좋은 가을이다.
양념냄새로 가득찬 실내지만 기분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