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좋은 이유는 뭘까?
천고마비의 계절에 이미 살 쪄 있는 이 한 필의 말이 가을이면 행복해지는 이유는
맑은 바람을 맞고 잘 자란 야채를 맘껏 구입하고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여자라면 거울 속에 있는 자기 모습을 보고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저리 가거라. 뒤태를 보자 자뻑해야 하거늘
난 아마도 여자는 아니고 주부는 맞는 모양이다.
김장철이 다가오고
한동안 11월 19일엔 총각김치와 다른 종류의 김치를 담고
11월 24일엔 배추김치를 담는 나만의 공식이 깨진 것은 김치냉장고가 큰 것으로 바뀐 뒤다.
그동안 협소한 아파트 공간에서 한 접의 배추도 절여 보았다가
또 협소한 핑계로 절인배추를 사서 쉽게 김장도 해 넣어 보았지만
소심한 내 성격에 처음부터 내가 살피고 준비하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아
올해는 직접 하기로 결정을 했는데
고향에 계신 오빠께서 농사지은 배추를 주신다 해서
내일 자매들과 함께 내려가 작업을 해 가지고 토요일에 올라와 속을 넣을 참이다.
이런저런 이유 아닌 이유로 우리 자매들을 불러 주시는 오빠의 속정을 모를까?
아버지 같은 오빠
더 연세 드시기 전에 자주 찾아뵈리라 하지만 쉽지 않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란 공식 핑계다.ㅠㅠ
총각김치.여수갓김치.지레먹을 배추김치 여섯 포기는 알맞게 익었고
어제 김장 속거리 준비하며 싸기에 사들고 온 쪽파로 파김치를 만들었다.
동치미도 약식으로 담았는데 pt병에 삭힌 고추가 알맞게 맛을 내 주어
이번 동치미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파김치 버무려 놓고 그 맛에 내 스스로 감탄하여
언니에게 전화하여
이번 김장은 맛날 것 같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저편에서 들려오는 언니 목소리
“못 말리는 자뻑!이다.
아무렴
난 음식은 한 솜씨 하는데 워쩌라구! 하하
내일 우리 집 공주 미역국 끓여주고 일찍 서둘러 충주로 내달을 것이다.
배추 절여지는 시간만큼 우리 형제들의 정도 쌓여가고 익어 갈 것이다.
오랜 시간 지나도 변함없이 보고 싶고 달려가고 싶은 곳.
내가 자란 최초의 보금자리이기 때문이리라.
김장 해 넣고 나면
마음이 한가해 질 것이고
이번 겨울엔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을 한 가지쯤 계획해야겠다.
와~
난 부자다.
김치부자. 아니 금치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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