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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글

2012-08-19/낙화

 



낙 화/이 형 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낙 화/유 치 환




                                                
  뉘가 눈이 소리없이 내린다더뇨.




이렇게 쟁 쟁 쟁
무수한 종소리 울림하여 내리는 낙화.




이 길이었다.
손 하나 마주 잡지 못한 채
어쩌지 못한 젊음의 안타까운 입김같은
퍼얼펄 내리는 하아얀 속을
오직 말 없이 나란히 걷기만 걷기만 하던
아아 진홍 장미였던가.




그리고 너는 가고
무수한 종소리 울림하는 육체 없는 낙화 속을
나만 남아 가노니.




뉘가 눈이 소리없이 내린다더뇨.










낙 화/조 지 훈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낙화 2/조지훈
1946년 청록집


피었다 몰래 지는
고운 마음을


흰무리 쓴 촛불이
홀로 아노니


꽃 지는 소리
하도 가늘어


귀 기울여 듣기에도
조심스러라


두견이도 한목청
울고 지친 밤


나 혼자 잠들기
못내 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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