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 화/이 형 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낙 화/유 치 환 뉘가 눈이 소리없이 내린다더뇨. 이렇게 쟁 쟁 쟁 무수한 종소리 울림하여 내리는 낙화. 이 길이었다. 손 하나 마주 잡지 못한 채 어쩌지 못한 젊음의 안타까운 입김같은 퍼얼펄 내리는 하아얀 속을 오직 말 없이 나란히 걷기만 걷기만 하던 아아 진홍 장미였던가. 그리고 너는 가고 무수한 종소리 울림하는 육체 없는 낙화 속을 나만 남아 가노니. 뉘가 눈이 소리없이 내린다더뇨. 낙 화/조 지 훈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낙화 2/조지훈 1946년 청록집 피었다 몰래 지는 고운 마음을 흰무리 쓴 촛불이 홀로 아노니 꽃 지는 소리 하도 가늘어 귀 기울여 듣기에도 조심스러라 두견이도 한목청 울고 지친 밤 나 혼자 잠들기 못내 설워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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