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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따라바람따라

왕방울 시스터즈의 만남


 

서울에 가는 일이 이제는 낯이 섭니다.

한때 직장을 다니며 누비고 다녔던 명동이나 종로로 가는 것도 아닌데

그저 땅속길은 답답하고 계단은 두려움입니다.

앉았다 일어나면서 기합  넣기 시작한지도 좀 돼 가고

그런 처지에 계단은 새댁시절 시어머님 마주하기 보다 떨리는 일입니다.

 

직행타고,전철타고,또 시내버스 타는데 초록이랑 파랑은 또 다릅니다.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번호 찾아내고 그렇게 청춘이 머물렀던 언덕을 넘었습니다.

왕방울시스터즈라고 목청껏 노래 하던 시간도 있었는데,

이제 60을 넘어선 언니들은 요즘의 담쟁이 덩굴처럼

푸른것도 ,붉은것도  아닌체 지쳐 보이십니다.

일곱남매의 막내인 저를 아직도 애기 취급하는 언니들 ...

지금도 만나면 쌀은 있니? 마늘은 샀니? 고추도 사야지...

언제나 그런걱정을 하지 않으실런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둘째언니가 맛난 점심을 사주시겠다 하셨지요.

신세대들 먹는 피자를 주문 하는데

딸아이 하는걸 보았다며 1588-0000을 돌려 주문을 하는데

메뉴에 익숙하지 않아 묻고 또 묻고...

참 많이 웃었습니다.

손주들 시켜 먹는거 보니 그것도 맛있어 보이셨나 봅니다.

 

한쪽씩 먹고는 개운한 얼굴이 아닙니다.

보리밥 남은거에 야채 쑹덩쑹덩 뜯어 넣고 고추장 한숟깔 떠 넣어 비벼

한입 먹으니 아하! 이맛이다 하십니다. ㅎㅎ

저 역시 토종인지라 된장국이나 비빔밥이 훨씬 땡깁니다.

그렇게 피자는 시켜 놓고 양푼에 비빈 밥을 축내고 떠들다가

각자 돌아 와야 하는 시간

자주 보는 언니들인데 차마 뒤돌아 손을 흔들수가 없었습니다.

 

마음 짠 하고

고향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 산모롱이에서 손 흔들던 엄마 얼굴이

언니들 모습에 함께 보여서였지요.

가던길 되짚어 내려와 집에 도착해서야

잘 왔노라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언니는 제가 잘 갔는지 궁금했다고 하네요.

제가 어린애도 아니고 반백을 넘긴지 오랜데 집을 못찾을리 없다는거 잘 아시면서도

언니 마음엔 아직도 단발머리 여덟살의 꼬마로 보이나봅니다.

 

오늘밤엔 언니들과 멱감으러 다니던

밤모롱이 그 냇가가 꿈에 보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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