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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따라바람따라

땅끝에서 보길까지

 

 

해남 땅끝마을을 밟아 본 지가 거의 20여년은 된 것 같습니다.

세월만큼이나 변한 항구의 모습이 깔끔합니다.

전에는 차를 가지고 들어 갈 수 있는배가 없어 해남에 두고 갔었는데

이제 관광버스도 싣고 들어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 춥지 않는 날씨덕에 바닷바람을 즐기는 우리님들

 

 

땅끝에서 30여분을 달려 노화도에 도착

 

버스를 타고 노화교를 건너

보길도로~~

 

노을전망대에서 오메가를 잡겠다고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바라보았는데...

 

이만하면 오여사를 만난 것일까요?

3대가 덕을 쌓아야 오여사를 만난다고 하더군요 ^^

 

해는 짧은 시간에 바닷물 속으로 몸을 숨기고 말았습니다 ㅜ.ㅜ

 

어두워지는 길을 따라 민박집을 향했습니다.

보옥민박.

인심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랍니다.

반겨주시는 내외분이 차려주신 저녁을 게 눈 감추듯 먹고는

각자 배정받은 방으로 들었습니다.

우리방 친구들은 게임을 즐기느라 접시가 여남은 깨진 것 같구요~

모처럼 아주 즐거운 시간 스트레스 팍팍 날렸습니다. ^^

그렇게 코~ 잠을 자고

일출을 본다고 새벽 여섯시 뾰족산을 향했지요

 

저는

산에 오르는 건 참고 7시 공룡알해변을 향해 걸었습니다.

아직 지지 않은 하현달이 보죽산 위에 떠 있습니다.

 

 

 

공룡알 해변에 닿았지요.

동백나무 숲에선 수 많은 새들의 지저귐이 들리고

오랜만에 장닭이 우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서서히 밝아오는  아침

 

 

 

 

수 많은 세월을 바닷물에 씻기어 둥글어진 돌들...

 

 

돌가시나무 열매인듯...

 

순비기나무꽃도 아직 남아 있어요.

 

새소리 들리는 동백 숲엔 동백꽃이 환하게 웃어 줍니다.

 

 

부지런한 섬 아주머니들

말리는 멸치 선별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따뜻한 봄날에 이 곳을 다녀온 어느 분이 쓴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옥민박집은 정이 살아 있는 집이었습니다.

 

보옥민박 어부가

 

김종인



해남 땅끝 마을에서도 한참 배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보길도 그 마지막 섬 진짜 땅끝 마을 보옥리,

후박나무 군락이 어우러진 뾰족산 눈앞에 두고

그 아래 동백나무 숲에는 맑은 날에도 햇빛 한 줌 들지 않아

짙은 그늘 캄캄한 숲에는 동백나무 씨앗이 지천으로 떨어지고

마을 사람들이 손수 만든 의자에 앉으면

아침 안개 속에서 나락들락,

독도처럼 외로이 솟아 있는 치도를 돌아

밀려드는 파도가 쉼 없이 부서지는

수박 같은 둥근 돌들이 둥글둥글 어울려 소리치는 공룡알 해변,

수세식 화장실을 일흔 넘은 아저씨가

새벽 같이 일어나 손수 빗자루에 물걸레 들고 청소하는 곳,

다른 곳에서는 여름 한 철 장사라고 몇 곱씩 받지만

사시사철 몇 년 전 금액을 올리지도 않고 받는 곳,

여주인 두툼한 손으로 마구 퍼 주는 손수 만든 반찬,

모두 섬에서 키운 나물이며 채소, 바다에서 뜯은 해초,

섬에서는 너무 귀한 참기름 덤뿍덤뿍 부어

솜씨 있게 척척 무쳐 내고,

사시사철 바다에서 나는 완전히 자연산 열기며 놀래미,

전어며 돔, 가자미 멸치 오징어 꽁치 고등어 같은 고기를

찜이며 구이, 회까지 한 상 가득 내놓는 정이 넘치는데,

덤으로 보옥리 이장인 바깥주인 손수 가꾼

분재 구경은 온전히 공짜이니

밥 먹고 뒤뜰로 차 한 잔 들고 돌아가면

아름드리 거대한 화분에 섬에서 자라는

사철 푸른 나무부터 잎 지는 나무까지

각양각색 수 십 가지 나무 분재,

대문에서부터 안마당 거쳐 뒤뜰까지

발 디딜 틈 없이 소나무, 동백나무, 후박나무, 느티나무,

소사나무, 회화나무 분재들이

뒷산 암반 위에서 자라는 동백나무 숲까지 이어져

소나무와 어우러져 하나의 거대한 수목원을 이루니,

그냥 소일 삼아, 수양하는 마음공부 삼아 나무가 나무같이

스스로 크는 만큼 돌봐 주는 정성,

대처에서 온 손님들이 사고 싶어 해도

아무 말 없이 웃으며 자식처럼 키우는 이장님,

수목 분재원 자랑 들으며 뒷산으로 오르는 뒷마당

높은 바위 언덕 평상에 앉아 치도며 동백숲,

뾰족산 바라보는 것만 하더라도

세상만사 모두 잊고

그냥 푹 쉬었다가 가는 것 또한 행복 아니리

세상에서 버림 받았다거나

막장 같은 세상에 절망한 사람이라도

여기와 삼복염천에도 시원한 바람이나 쐬고,

아침 일찍 뒷산이나 올라 맑은 날이면

저 멀리 제주도가 보인다는

보옥리 앞 바다 망망대해에 앞날을 다시 그리다

세상일 지친 이들이 다시 힘을 얻어 가나니

오, 세상 무서울 게 무엇이리.

전화번호가 등록되어 있지 않아도

왔다간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스스로 선전해 주니

아름아름으로 소문이 나

스스로 전화하고 찾아오는 사람만 받아도

방이 오히려 모자랄 지경이라

놀러온 대학생에게 배웠다는 안주인의

더듬거리는 다 낡은 컴퓨터 한 대뿐 아니라

이불이며 수건, 치약이며 칫솔, 커피나 정수기,

늘 개방해 놓은 거실에서

마음대로 쓰게 하는 인심이 너무 좋아

식사 시간 끝나면 서울에서 회사 다닌다는

젊은 부부가 반찬 맛이 너무 좋다며

손수 설거지까지 도와주는 보옥민박,

여기 와서야 비로소 고산 선생이 세연정을 짓고

어부가를 읊은 뜻을 알겠네.


보옥민박 뜰입니다.

겨울이지만 아직도 푸르군요 ^^

 

주인장 내외의 정이 듬뿍 담긴 아침 밥상

 

 

 

 

 

 

 

 

 

보길도의 마을은 담장을 자연석으로 쌓아 놓은 곳이 많아 나름대로 운치가 있습니다.

계요등 씨앗이 예쁩니다.

 

 

광대나물이 제 철인듯 피어 반가웠습니다.

 

 

털머위

 

금잔화

 

피라칸다 열매도 붉어졌어요.

 

한국산 아이비라는 송악

파리들이 좋아하는 무엇이 있나봅니다.

 

어느 님의 마당에 핀 해국이 탐스러웠어요.

 

황칠나무 열매도 검게 익어갑니다.

 

이름도 생소한 생달나무

 

세연정

 

   세연이란 '주변 경관이 씻은듯 깨끗하고 단정하여 기분이 상쾌해 지는 곳'이란 뜻으로

                                                                  1637년도 고산이 보길도에 들어와 부용동을 발견했을때 지은 정자입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연못에 나의 시름도 다 담아 두고...

 

 

 

 

보길도의 동쪽

예송리 해수욕장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입니다.

 

아쉽지만 다음행선지를 향해 보길도를 떠나야했습니다.

이제 또 언제쯤 이 곳을 찾을 수 있을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