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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정말 시집 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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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무소에 들를 일이 있었다.

주민등록등본 한 통을 받아들고 뭔가 허전하기에 가까이 보니

딸아이가 사라졌다.

지난 해 결혼을 한 딸아이 혼인신고 급할 게 뭐 있냐며 미루더니

1주년 기념일에 혼인신고를 했노라고 전화를 했더니...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당연한 일이지만

이제 정말 내 곁을 떠났다는 실감이 나면서

내 감정보다 빠르게 눈물이 났다.

이래서 딸은 서운하다 했을까?

지금이야 아들이고 딸이고 결혼하면 분가하는 시대인데

대수로운 일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품을 빠져 나간 지 한참지난 딸아이가 등본에서 빠져 나간 일은 내겐 서운함이었다.

 

오래 전 서울로 취직을 해 올라 왔을 때

주민등록을 옮긴다하니

여섯 살 때 시집 와 나를 업어 키우시다시피 한 울 새언니

예비군훈련을 받을 것도 아닌데 왜 가져 가냐며 펑펑 우셔서

시집와 혼인신고 전 까지 고향의 오빠 집에 두고 있었던 생각이 났다.

우리언니도 이런 맘 이었겠구나~

문득 엄마를 대신 해 주시던 언니가 보고 싶어진다.

 

시누이라기보다 딸 같은 막내시누이인 나를

맛있는 반찬으로 도시락을 챙겨주시던 모습

시집 가 잘 살라며 넌지시 바라 보시던 모습

그런 감정이 어떤 것이었는지 난 헤아리지 못했다.

 

딸아이도

오늘의 내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담에 자녀를 두어 분가시킬 때 울 엄마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짐작하겠지.

가까이 살고 있는 딸이지만

각살림 하다 보니 자주 보기도 어렵다.

지난 주 엔 시댁에 다녀와야 한다며

주말에 함께하지 못하더라도 가족끼리 해 드시라며

삼계탕거리와 수박 ,우유,토마토...를 마트에 주문 해 두고 갔다.

속 깊은 딸

시댁 어른들께도 사랑 받을 거 라 믿는다.

네가 있던 자리가 빈 주민등록등본을 자꾸만 바라보게 된다.

당분간 내 마음이 많이 허전할 것 같어~~ 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