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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없는 높임말. 2 - 하실게요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말이 또 있다.
듣기 거북할 정도가 아니라 정말 속이 니글거린다.
자, 이리 오실게요.
이쪽으로 가실게요.
주문하신 것 한번 확인하실게요.
그건 제가 하실게요.
고객님, 이 옷 한번 입어 보실게요.
자, 모두 이쪽으로 나가실게요.
옷 하나 벗고 시작하실게요.
잠깐만 여기에 들렀다 가실게요.
'~하실게요'는
한때 '개그 콘서트'의 소재로도 등장해 인기를 끌었던 표현이다.
'~할게요'에 높임 어미 '-시'를 붙인 이 '~하실게요'라는 표현이
상대방에게 정중하게 권하는 존칭 표현인 것으로 착각하여 널리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세요'는 상대방에게 어떤 행동을 권하는 표현이며,
'~할게요'는 어떤 행동을 약속하는 뜻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하실게요'는 잘못된 표현이면서 자신에게 존칭을 붙이는 아주 모순된 표현이다.
'~하실게요'는 '~할게요'나 '~하겠습니다'가 아니라
'하세요'로 바꿔 써야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 이리 오실게요."는 서술어와 주어의 호응이 부자연스럽다.
"자, 이리 오세요."라고 말해야 한다.
유행어를 가지고 너무 심한 것 아니냐,
하지만 은행이나 관공서에서 보내는 메일에서조차도 그렇게 쓴다면 아주 큰 문제다
아래는 신문 기사의 제목들이다.
'서울 버스, 묵은 때 벗고 출발하실게요.'
'연아 언니, 훈련 준비하실게요.'
'카톡 보내고 국정감사 하실게요.'
'저희 둘이 손잡고 입장하실게요.'
이쯤 되면 대세라고도 할 수 있다.
언론이 재미삼아 쓰는 말도 자주 보면 다수의 국민은 정말 바른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실게요'는 심각한 문법 파괴, 국어 파괴다!
문제는 틀린 문법이라는 것을 알고도 습관적으로 계속 쓰고 있다는 것이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같은
전혀 영혼이 없는 말도 정말이지 제발 안 썼으면 좋겠다.
격에 맞지 않는 존칭은 듣기도 거북하지만 듣는 상대를 불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 이리 오십시오. (O)
이쪽으로 가시지요. (O)
주문하신 것 한번 확인해 보세요. (O)
그건 제가 하겠습니다. (O)
고객님, 이 옷 한번 입어 보시겠습니까? (O)
자, 모두 이쪽으로 나가시지요. (O)
옷 하나 벗고 시작하겠습니다. (O)
잠깐만 여기에 들렀다 가겠습니다.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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