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눈발이 날리고 있다.
이내 녹아 내리고 마는 하얀 눈처럼 내 마음속에
아픈 기억들도 쉬 녹아 내렸으면 좋겠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
한동안 빌려 쓰던 이 낯익은 뜰을 떠나야 한다니 아쉬움이 크다.
한두해만 지나도 주변이 몰라보게 변하는 세상,
이 언덕도 머잖아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 되겠지.
옆에 오래된 아파트가 헐리고
고층아파트 단지로 거듭 나고 있는 중 ...
이렇게 눈오는 날은
유난히 친구들 소식이 궁금해진다.
친구들 소식을 전해 줄 안테나 하나 머리속에 있었으면...
공사장 벽 한쪽에
아까시나무가 한그루 있다.
한해를 마무리 한 박주가리는 또 다른 비상을 꿈꾸며 날개짓을 하지만
아파트가 완공되면
무참히 베어질른지도 모를 일이다.
헤어짐은 늘 아쉬운 것 !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가야 하지?
그래, 너도 나도 한곳에 영원히 머물 수는 없는 일
어디에 가서 자리를 잡든 우리 씩씩하게 사는거야~~
언덕위 작은 공원엔 소녀들이 눈사람을 만드는 중 ^^*
맥문동과 끈끈이대나물은 눈속에서도
초록빛을 잃지 않는 씩씩함이 좋다.
이번 주말이 지나면
난 다른곳에서 아침을 맞고
새로운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지.
이사하는 일이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을 보니
나도 나이들어 가는 모양이다.
내 마음속에
꼭 새겨 두고 싶은 이곳의 풍경들...
마른 잎 하나 매달 아 놓듯
내 마음도 한조각 이 곳에 두고 떠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