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문 을 나서니 흐린 하늘에 잠시 해가 반짝 난다.
천천히 화성을 걸어 집에 가야겠다. 생각했다.
그 때 “아줌마 이거 집에서 농사지은 무인데 사다 생채 해 잡수”
쳐다보니 정말 때깔 좋은 무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팥도 봉지 마다 담겨 있다.
우선 팥 한 되 6천원이라기에 사고, 잘생긴 무를 보는 순간 하나 담고
그러다 보니 무게가 느껴졌다.
내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해져버렸다.
우선 버스를 타고 갈아타는 재래시장으로 갔더니 역시 가을철이라
싱싱한 야채들이 즐비하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내?
그래서 고소하게 생긴 배추 세 포기 사고 쪽파 큰 거 두 단 사고
그 외의 부속들을 사서 낑낑대고 마을버스에 몸을 실었다.
택시 타면 기본요금 조금 더 나오겠지만
택시비는 왜 아까운 생각이 드는 건지 시원찮은 다리를 끌고 마을버스를 타면서
나 두 꽤 미련하다는 생각을 했다.
예정에 없던 김치를 해야 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오자마자 배낭 벗어 놓고 순서를 정해 일을 시작 해 본다.
우선 배추를 소금 뿌려 놓고
찹쌀 풀 쑤어 식게 해 놓고
갖은양념 개어 놓고
쪽파를 다듬어 씻어 물기 걷히게 하고
그러는 사이 김치 통 찾아 놓고...
아휴 ~ 배고파라 ,
점심때 가 훌쩍 지나가고 있다.
쪽파랑 갓이랑 쑤어 놓은 풀에 개어 놓은 양념 넣어
뒤적이니 먹음직스러운 파김치 한통.
그 사이에 절여진 배추 버무려 놓으니 또 한통 .
무 한 개 생채 만들어 저녁에 비빔밥 해 먹으려다
일이 점점 커지긴 했으나 큰일 을 해 낸 것처럼 뿌듯하다.
아이들이 자라니 집에서 밥 먹는 일이 적어 김치도 전 보다 덜 먹지만
주부의 마음은 기본 반찬이 없으면 늘 허전하다.
창밖의 하늘은 여전히 구름이 몰려 왔다 몰려가고
해님도 사이사이 방긋 웃어 주고
이렇게 또 하루가 기울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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