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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산삼이면 어떻고 당귀면 또 어떠랴

2004 10

 

친구들이 단풍을 볼겸 홍천으로 당귀를 캐러 간다한다.
시골서 자라긴 했지만 재배하는 당귀만 어쩌다 본터라
별 기대 없이 갈바람이나 쐬고 오자고 새벽댓바람에 따라 나섰다.
시간 계산을 잘못한 탓에 거리중천에서 30여분을 깜깜한곳에 서 있으려니
손발이 곱고 무섭기까지 했다.
못하는 노래 흥얼대며 30여분이 세시간 가듯 가고
길건너 부대의 기상나팔소리가 들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안도하게 되고
뿌옇게 밝아오는 아침을 맞으니 깜박이 등이 가까이 다가온다.
친구가 이리 반가울수가.....
예비용 목도리도 꺼내 두르고 목장갑도 꼈으니 조금 견디기는 수월했지만
짧아진 해에 기우는 가을이 이리 빨리 우리곁에 올줄이야~~

홍천에 다다라 가리산을 향해 가는 계곡마다 단풍이 곱다
설악산이면 이보다 나으랴
연신 탄성을 지르며
포장길 비포장길을 번갈아가며 한참을 갔다.
산아래 도착하여 올라가며 귀한 꽃한송이라도 본다면 보너스겠지 했더니
쑥부쟁이와 꽃개미취 간간히 보이고
투구꽃은 이미 져서 씨앗만 매달고 얼굴 보여주는일은 틀린 일이었다.

산촌마을에 사는 산야초에 밝은 아주머니 설명을 듣고
그래 당귀를 찾아보자 .
운좋으면 더덕도 캘것이고 버섯도 만날수 있고 천운 닿은 사람은
산삼도 캘수 있다는 솔깃함에 두리번 거리나
당귀여~~
그대는 어디에......?

얼마간 올라가다 각자 흩어져 산으로 오르는데
난 부실한 다리 어쩔수 없어 아랫머리에서 나름대로 놀겠다 하곤
주저앉아보니 앉기는 제대로 앉았다.
두리번 거려보니 거기가 당귀밭(?)이었던 것 .
지팡이까지 동원해서 돌틈도 헤집고 풀뿌리도 헤집어
꽤 많은 당귀를 캤다.
이 즐거움
나도 목청껏
심봤다! 라고 외치고 싶지만 일행들 발짝소린 멀어진지 오래다.

한참을 아무생각없이 캐어 담다 두리번 거리니 아무도 없다.
언제 일행들은 다시 내려올지...
무서워라!
어쩌지? 살금살금 아래를 향해 내려오는데 도중에 내려오는 사람이 있어
안도의 숨을 쉬고 ,좀더 여유 부리며 녹익어 떨어진 다래도 주워먹고
그 산엔 어떤식물이 사는가 살펴보기도 하였다.

차를 세워둔 곳에 내려와 대강 묻은 흙을 씻어 내고
계곡물 한모금 들이키니 꿀맛.
한참뒤 내려온 일행들 나를 보고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더니 혼자 당귀는 다 캤나보다 한다 .

라면끓여 싸가지고 간 밥나누어먹고
하산하는 차안에서 야생당귀의 향이 차안가득
내 마음 깊은곳에 가득 ,

산삼 없으면 어떻고 더덕 못캤으면 어떠리...
내겐 새로운 경험
당귀도 내겐 산삼만큼 소중한 것을 ~~~~

다시 씻어 채반에 썰어 널으니
집안도 가득하게 당귀향이 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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