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땡볕에 무거운 배낭 지고
들에 가고 싶냐고 합니다.
물론 지치고 힘이 듭니다.
더구나 한 덩치 하는지라 땀은 연신 비오듯 하니 카메라로 땀이 흘러들기도 합니다.
요즘 도시는 주변 관리를 잘 해 놓은 덕(?)에
개망초,강이지풀 한포기 보기가 어렵습니다.
조금 걸어 나가 신도시 개발지구에 가 보았습니다.
머잖아 멋진 자동차들이 다니고 때깔나는 사람들이 드나들 곳 이지만
지금 아무렇게나 자라고 있는 풀들이 제 눈엔 더 아름답게 보입니다.
하찮은 덩굴들이지만 의미를 부여하고 나니
저에게 든든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희망 (환삼)
수줍음(노박덩굴)
미소(환삼덩굴)
사랑
약속(호박 덩굴손)
탄생(칡덩굴)
삶
추억
행복 (돌콩)
잠시 고개 들어 산을 바라보니 절개지에
이렇게 예쁜 친구들도 살고 있었습니다.
키만 커다란 멋 없는 꼬리조팝친구
참마 한 줄기가 목걸이 되어 주니 인물이 다릅니다.
저도 누군가를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오마나~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손가락 한 마디만한 이 친구가 갑자기 저를 불러 세웠습니다.
예쁘기도 해라.
왕눈이 네 이름은 황알락팔랑나비지?
벌노랑이도 거의 져 가는데
이 녀석은 방금 세수한 얼굴입니다.
어루만져주고 왔지요.
늘 보는 우리동네 공원의 무궁화.
한 송이의 아름다움도 좋지만
커텐을 마주 한듯 은은한 이 모습도 전 참 좋습니다.
돌아 오는 길엔 혼자 콧노래도 부르고 비 맞은 스님처럼 중얼중얼거리며 걷습니다.
누가 보면 저 아지매 실성했나 하겠지만
제 머리속은 꽃밭도 되었다가
나비가 나는 하늘도 되었다가...
저도 코끼리 기르는 일을 포기한 그 어느날 부터 아주 행복해졌습니다.
불행과 행복은 한 끗 차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이 아침 불행하다고 느끼시는 분이 있으신가요?
발 아래 감추어진 행복을 찾아내는 지혜로운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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