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열 한살 무렵
전학을 오게 된 학교의 자모들 모임
그 아이들이 이젠 사회의 일원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지금도
한 달에 한번씩 모임을 한다,
산자락에서 밭을 가꾸는 친구네 원두막에서 모임을 하기로 하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횡단보도 저 편에 물에 심어진 칸나의 무늬가 오늘따라 신비롭게 보인다.
이 조각상은 사철 날개를 펴지 못하고 바람을 맞고 있다.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조각공원을 잠시 둘러 보고 ...
밭에 도착하니 친구는 불을 지피고
가마솥에 무언가를 끓이고 있었다.
우리는 별 소용이 없다고 쉬고 있으라기에
주변을 돌며 풀꽃을 담았다.
달개비의 파란꽃이 참 예쁘다.
돌콩.
이 작은 꽃이
나를 사로 잡은 것은 몇 년 전이다.
멀리 광교산을 향해 목이 길어진 달맞이꽃
석잠풀도 보이고
바디나물엔 잠자리가 쉬고 있다.
옥수수 수염에 붙어 있는 노린재
우리가시허리노린재로 보이는데
등에 붙은 저 빨간색의 구슬은 알인가?
수박꽃도
참외꽃도 이렇게 가까이 볼 기회는 드물었다.
쥐손이풀은 보일듯 말듯 작은 꽃을 피워 자신을 알리려 하고
이 사초는 이름이 뭘까?
참 궁금하다.
나도개피란다.
어려서 저 씨앗을 훑어 부채위에 놓고 부채에 입을 댄채 오~~ 오 오
부르면 내게 가까이 다가 오던 풀씨.
일액현상이 보인다.
일액현상
식물체내에 너무 물이 많게되면 잎의 가장자리에 있는 수공(water pore)에서
수분이 액체상태로 배출되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일액현상(guttation)이라고 합니다.
자귀풀
한련초
염색약의 원료로 쓰인다고 한다.
줄기를 자르면 검은액이 나온다.
은행나무 아래 평상에서 내려다 보니
가마솥에는 콩물이 끓고 있었다.
우리 콩 두부를 만들고 있는 중이란다.
지난 해 농사지은 콩이라니 참 귀한 음식을 맛 보게 생겼다.
은행은 조롱조롱 많이도 달렸다.
가을엔 한 가마니쯤은 따지 않을까?
앞산엔 안개가 스멀스멀 피어 오르고
종일 흐린 하늘엔 가끔 흩뿌리듯 비가 지나간다.
오랫만에 오지에 여행한 기분으로
두부 코스요리를 맛 본 오늘이다.
순두부 ㅡ>모두부ㅡ>두부조림 ㅡ>두부구이...
몸에 좋다고 과식들을 했다.
오늘 저녁은 건너 뛰고 운동이나 해야겠다.
하루를 잘 보내는 것은 중요하다.
순간순간들이 이어져 나의 삶이 되기 때문이다.
인심 좋은 친구 덕에 가득 채워진 오늘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