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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홍옥 한 알의 추억

 

 

사과가 익는 계절이 되었다

과일가게는 알록달록 풍성한 과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마치 다 내 것인양 흐믓하고 행복해진다.

그 중에 낯익은 과일이 있어 반가운 마음에 다가섰다.

홍옥이라는 품종의 사과다.

 

내가 자란 고장의 사과는 홍옥이나 국광 두종류로

버스로 통학하는 우리들의 창가에 빨갛게 익어가는 모습이 탐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홍옥 같은 여자,국광 같은 여자로 구분되던 시절이었다.

홍옥은 겉껍질이 얇고 속은 새콤한 맛인데 이른 가을에 먹을 수 있었고

국광은 겉껍질은 두꺼웠으나 속은 달달했으며 겨울에 먹는 사과였다.

한동안 홍옥이나 국광은 신품종 아오리나 부사,홍로등에 묻혀 잊혀져 가는 것 같았는데

다시 홍옥의 빨간 볼을 마주하고 보니 반가운 마음이다.

 

고교 3학년

꿈 만큼이나 잠도 많았던 우리들

지각 하는 아이들이나

(등교오전 7시 하교 오후 10시)

그 외 지적당하는 일이 있었을때

우리 담임 민뻔때(별명)선생님은

벌로 홍옥 두알씩 사다가 칠판 위에 줄을 세워 두라고 하셨다.

아침 조회시간에 갯수를 세어 놓고 가셨다가 종례시간에 확인을 하셨는데

마지막 수업을 하시는 교과 담임께는 한 알씩 감사의 선물로 드리라는 당부를 잊지 않으셨다.

 

그런데...

공부엔 싫증이 나고 졸음이 슬슬 밀려 오는데

눈에 들어 오는것은 칠판 위의 새빨간 사과였으니

1교시 끝나기 무섭게 알이 큰 사과는 골라다 먹고

2교시 끝나면 그다음 알이 큰 사과가 간택되어 사라지고...

종례시간 전은 교문을 지키시는 경비 아저씨 눈을 피해

담장 너머 문방구 아주머니를 애타게 불러 다시 사다 채워 놓고...

그렇게 가을을 보내며 지루한 입시철을 견딜 수 있었다.

 

대학예비고사가 끝난 다음날

홍옥 한 상자와 라면땅 한상자를  들고 오신 담임

풀어 놓으시며 고생 많았다고 등을 토닥여 주셨었지.

그렇게 하나하나 사랑으로 살펴 주시던

우리 선생님 민병현선생님

지금은 어디 계실까?

연세도 많으실텐데...

학교 진학한 아이나 ,진학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년 초엔 연하장으로 응원 해 주셨었지.

찾아뵙지 못한 세월이 30여년이 되어간다.

 

그 시절로 돌아 갈 수 있다면

선생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조금 더 다가서서 말 할 수 있을텐데

이 가을날 그 때 친구들이 보고 싶다.

 

 PS:시내버스비 15원

      사과한알 20원

(72년도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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