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중복,말복
그 중에 초복은 이제 거의 명절처럼 빼 놓지 않고 챙기는 시절이 되었다.
어려서 여름철 황기나 잔뜩 넣고 키우던 닭 두어마리 잡아 여덟 식구 마주하고 앉으면
국물 한 모금이라도 더 먹으려고 목을 닭보다 더 길게 빼고 넘겨다 보던 때가 있었다.
황기와 마늘을 넣은 백숙은 입맛에 쌉싸름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더위도 안탄다는데...
그런 유년은 이제 옛 얘기가 되었고
집에 불 오래 때면 더울거라고
어느어느 유명한 삼계탕집 문턱에 줄 서 있다 사먹고 들어오면
냄새를 맡지 않고 먹은 때문인지 유난히 더 맛이 있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나마도 올해는 애들 다 바쁘고 가장은 친구들과 다른 보양식으로 해결한다고 나가버리니
난 오이지 우려낸 냉국에 밥 말아 멸치 대가리에 립스틱 빨갛게 발라 한 끼 때우고 말았었다.
내일은 대서 모레는 중복이다.
대관령에 야생화 탐사가기로 했으니 그 시원한 바람으로 대서를 이기고
늦은 귀가 후에 중복이나마 준비를 해 볼까 궁리하고 앉아 있는 지금
택배가 도착했다기에 받고 보니
메이커에서 만든 삼계탕이 배달 되었다.
00회사 부회장 이름으로 하사하는 가족용 복달임 삼계탕이다.
다 조리된 채 1인분씩 개별포장되어 뚝배기에 넣어 한 소큼 끓이면 되는 것 이다.
세상 참 많이 달라졌다.
그런데...
뭔가 어색한 일이 되었다.
자칭 우리집 예비 사위라는 사람이 자기 집으로 보내지 않고 우리집으로 보낸 것 이다.
아직 우리집에 불러 밥 한 끼 해준 적 없는 사람인데
이를 어째 ,맘 편히 먹을일이 아닌듯한데 그렇다고 어디로 반송할 일은 더더욱 아니고...
"맛있게 드시고 어머니 사진 찍으러 열심히 다니세요"라는 문자에
뭐라 말 해야 할지 궁색해진 나 ㅠㅠ
봉지 속의 꼬마 닭에게 물어 볼까나?
얘야~ 나 뭐라고 답문을 보내야 하니???
이런거 안 보내도 자네는 내 마음에 우선순위라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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