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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초치는 남자

서둘러 아침상을 치우고

머리감고

거울 앞에 앉아

화장 이랄 것은 없지만 약간의 분칠도 하고

딸아이가 사준 빨간 립스틱 도 바르고

기분은 한껏 올린 채 거실로 나오니

남편은

어디 아파? 하는 뜨악한 표정이다.

당신도 준비 하세요~

뭘???

오늘이 서울 콘서트 보러 가는 날이잖아요~

응? 무슨?

 

 며칠 전 방송국에 보낸 초대권신청에 당첨되어 이장희 콘서트 가게 되었다는

나의 이야기를 귓등으로 들었던 모양이다.

보고 있던 TV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리모컨 과 일심동체가 되어 한마디 하는데

난 콘서트 그런 거 별로 야.

노래하는 거 뭐 재미있어?

2년 전 조용필 콘서트도 아들이 생일 기념으로 표를 사 주어서 가긴 했지만 비만 맞고 추웠고

작년 당신 생일에 본 뮤지컬 캣츠는

영어로 말하는데다 자막을 읽을라치면 눈이 침침해 뵈지도 않아 별로였고....

내참 ! 초를 쳐도 분수가 있지

이정도면 빙초산이다.

 

스무 살로 돌아 간 듯 마냥 부풀고 신이 나 있는 마누라

자기가 표까지 사서 데리고는 못갈 망정

산통은 깨지 말아야지. ㅠㅠ

가기 싫음 마시구려~

수원역에 가서

마땅한 중늙은이 한 명 만나서 함께 가면 되지 뭐 ~

 

호박 같은 마누라라도 그건 아니겠다 싶은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는

자동차 키를 들고 나선다.

교통도 안 좋은 예술의전당을 버스로 가게 할 수 없어 데려다 주는 뜻으로 따라 나선단다.

 

다섯 시 공연에 세 시 반에 표 교환하여 좌석을 보니

어쩜 연결번호이긴 한데 좌석은 왼쪽과 오른쪽 끝과 끝이다.

미운 맘을 알고나 준 듯 ~

그래도 내가 누구?

이 눈치 저 눈치 보다가 살며시 데스크에 가서 여차저차 하니 바꿔주면 좋겠다하니

흔쾌히 바꿔주어 다시 보니

대박~~~

3층 구석자리였던 것이 2층 중앙의 자리다.

난 운 좋은 여자 ㅎㅎ

 

공연은 시작되고 꾸어놓은 보릿자루인양 앉아 있는 사람

난 옆의 아줌마와 신이 나서 맘껏 노래하고 즐기는데

흘깃 남편을 보니

가끔 오른손 왼손 잘 있는지 안부만 묻는 정도.

저녁이라고 카스테라 한 개 씩 사먹었는데

배고파 그러고 있었는지

나 혼자 신난 게 미안한데

공연장을 나서며 한마디 더 하는 남편

이장희 얼굴은 잘 뵈지도 않고

노래는 한 개도 모르겠더라고~~~~~~~~~~~~~ㅠㅠ

이 초치는 남자 다음 구경에는 리모컨이나 쥐어주고 혼자 나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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