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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신석정

비 오는 아침

문득 떠 오르는 시가 있어 옮겨 본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대(森林帶)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세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세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시렵니까?


♬배경음악:해변의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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