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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따라바람따라

9월의 바람재 꽃잎편지

9월입니다.

9월이란 말만으로도 가을이 느껴집니다.

코로나와 긴 장마와 불볕더위 속을 우리는 헤쳐 나가고 있네요.

그 속에서 바람재 여러분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셨나요?

이번 달 편지에서는 쓰잘데기없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며칠 전 저녁에 나갔다가 9시경 들어오는데 정원등이 켜져 있었지요.

저 온다고 켜놓은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거실에서 놀던 얄진이가 냐옹냐옹하는 바람에 벽난로 안에 새가 한 마리 들어온 것을 알고는

남편이 밖으로 내보내려고 애쓰는 중이었지요.

보통은 거실 창을 하나 열고 벽난로 문을 열면 바로 하늘로 날아가는데

밤이라 그런지 아니면 약간 어리버리한 녀석인지 도무지 열린 창을 못 찾고 높은 천정 아래를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실내 불을 다 끄고도 정원등이 덜 밝아 그런가 싶어 남편은 연신 밝은 현관 센서등을 켜두려고 들락거리고

저는 등산 스틱으로 서까래 끝으로, 대들보 위로 겨우 옮겨 다니는 녀석을 날게 하려고 한참을 애쓴 끝에

새는 지쳐 장식장 뒤로 떨어지듯 내려앉았지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얄진이가 달려가 그만 한입에 물고 말았습니다.

새를 문 얄진이를 밖으로 내놓아 입을 열게 하려고 급하게 녀석을 안는 순간 새가 다시 날아올랐지요.

결국 남편이 감 따는 장대를 가져와 서까래 난간에 앉은 녀석을 낚아채어 날려 보냈습니다.

덕분에 늦은 시간에 청소기 돌리고 에어컨 잠시 켜서 땀을 식혀야 했습니다.

 

한옥을 지으면서 추울 것 같아 벽난로를 놓았었지요.

그 벽난로가 최선인 줄 알고 쓰다가 우연히 알게 된 ㅅㅈ벽난로로 바꾸었더니

나무는 적게 들고 열효율은 높아져 훨 좋습니다.

문제는 여름이면 시원하게 세워놓은 벽난로 연통으로 새가 자꾸 들어오는 것이지요.

 

올해도 장마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이 이삼일이 멀다 하고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새들도 IQ나 혹은 성질머리가 제각각인 게 보입니다.

대개는 벽난로 안에서 툭닥거리다가도 문을 열어주면 그대로 하늘로 직행하는데

올들어 두어 놈은 인기척만 내면 연통 위쪽 어딘가로 깜쪽같이 숨어서 소리도 없이 있었지요.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놈이네싶어 잠시 열어두고 조용히 딴 거 하다보면 날아가는 것 같습니다.

 

어제는 그렇게 날아간 줄 알았던 녀석이 내내 숨어 있었는지 저녁나절 소리가 나서 문을 열었더니

이미 힘이 빠져 폴짝거리기만 하고 있는 녀석이 있었지요.

결국 손 가득 재를 묻히며 녀석을 잡아 겨우 창 앞에 내려놓았더니 순간 날지를 못해

얄진이와 제가 또 한바탕 실랑이를 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새는 얄진이에게 한 번 물리더니 젖 먹던 힘까지 내었는지 불두화 가지 위로 간신히 날아올랐고,

그 밑에까지 가서 아쉬워하는 녀석을 안고 와 좀 있었더니 잊고는 배 깔고 놀고 있어 저도 손을 씻었지요.

정말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명이 꽤나 긴 녀석인가 봅니다.

 

결국은 오늘 남편이 바깥 연통의 자로 꺾이는 부분의 청소를 위해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는 곳을 열어두는 초강수를 두었습니다.

저기 위에서 수직 하강하던 새가 그 아래로 떨어지면서 날아가길 바라서지요.

근데 새들은 어떻게 하필이면 그 굴뚝(연통)으로 들어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창공은 새들의 공간인데 우리가 침범한 걸까요?

 

초하루꽃편지에 꼭 의미가 있는 글을 담아야 한다는 건방진(?) 생각이 글을 무겁게 하는 것 같아서

이렇게 그냥 가벼운 이야기를 썼습니다.

여러 가지로 힘든 시간들 속에 우리 모두 있으니까요.

 

곧 가을입니다.

햇빛이 뽀지직 소리를 낼 눈부신 가을에도 모두 집콕해야 하네요.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고 여행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가을은 언제쯤일까요?

다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20년 9월 초하루에 가을하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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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들은 지난 한 달 동안 우리 카페의 '우리풀 우리나무방'에 올라온 사진들 중에서 골라 날짜순으로 올린 것입니다.

cafe.daum.net/baramjewildf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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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발란 / 파란하늘꿈 님 (8.1)

 

 

바위채송화 / 산으로 님 (8.3)

 

 

둥근이질풀 / 산으로 님 (8.3)

 

 

모새나무 / 파란하늘꿈 님 (8.3)

 

 

노루오줌 / 수워니 (8.3)

 

 

계요등 / 주이 님 (8.8)

 

 

수정난풀 / 산들꽃 님 (8.11)

 

 

노랑망태버섯 / 파란하늘꿈 님 (8.11)

 

 

해오라비난초 / 파란하늘꿈 님 (8.13)

 

 

산오이풀 / 산으로 님 (8.18)

 

 

뻐꾹나리 / 산들꽃 님 (8.18)

 

 

이삭귀개 / 산들꽃 님 (8.18)

 

 

금강초롱꽃 / 수워니 님 (8.18)

 

 

누리장나무 / 산들바람 님 (8.19)

 

 

돌마타리 / 산들꽃 님 (8.25)

 

 

바위떡풀 / 파란하늘꿈 님 (8.26)

 

 

낭아초 / 달희 님 (8.29)

 

 

백양꽃 / 산으로 님 (8.31)

 

 

금강초롱 / 어진내 님 (8.31)

 

 

투구꽃 / 어진내 님 (8.31)

자라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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