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도시로 중학교 진학을 한 친구는
남자 세 명 여자는 나 혼자.
달달거리는 비포장 도로를 버스로 40여분 달려가야 하는 도시였는데
늦둥이 막내딸 고생하는 게 안쓰럽다며
시집간 언니 집에 나를 맡기셨다.
언니는 유복자 하나를 데리고 사시는 6.25 전쟁미망인
(돌아 가신지 벌써 20년 되었다)
언니 집에 머무는 동안 나보다 나이 많은 조카도 어렵고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시집간 언니가 편할리 만무했다.
학교는 다녀야 했고 도시에 아는 친구도 없던 내게
첫 번째 짝꿍이 되어 주었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와 줄곳 6년간 같은 학교를 다니며
하루도 안 보는 날이 없을 만큼 친하게 지내
학교 선생님들도 따로 있는 모습을 보면 의아해하곤 하셨다.
무슨 인연인지
그 후로 나는 서울로 그 친구는 지방에서 잠시 떨어져 있었어도
연락의 끈은 놓지 않고 지내다가
우연처럼 30여 년 전부터 수원에서 또는 지금 5분 거리에
같이 살고 있다.
친구지만 언니처럼, 나를 잘 챙겨주는 무던함과 자상함이 여전하고
일주일에 두어 번은 만나야 궁금하지 않으니
양쪽 가족들도 못 말리는 짝꿍이라 말한다.
오늘도 여전히 나를 챙기는 목소리
"추운데 카메라 들고나가 고뿔 들리지 않게 방콕 하거라"
그려 그려 네 말 잘 들어야지.
늘 그 자리에 네가 있어 난 든든하다.
보약같은 친구야, 잘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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