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국민학교(그땐 그랬지)
3~4학년쯤 되었을 때 산골에 사는 용숙이는
노란 돌덩이처럼 생긴 것 하나를 들고 와 아이들에게 자랑을 하는 것이었다.
과일나무라면 우리집에는 없는 게 없는데 저건 뭘까?
무척 궁금했는데 향기까지 좋은 것이다.
바로 그것이 모과,
우리집엔 모과나무가 없으니 궁금했던 것.
이야기는 그다음이다.
교실에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에워싸고
용숙이는 신이 나서 그 돌덩이를 들고 자랑에 나섰는데
그중 한 아이가 맛 좀 보여 달라고 한다.
그러자 너도 나도 한 입만을 외치며 관심이 커지자.
새침데기 하는 말
십환(화폐 개혁 후 얼마간은 십환짜리 동전도 1원짜리로 혼용되던 때)씩
주면 한 점씩 주겠다는 거였고
애들은 주머니를 뒤져 구리 돈 10 환씩을 건네며 한입씩 얻어먹었고
그중 나도 끼어 있었는데
첫맛은 시큼하고 떨떠름하고
씹어도 목으로 절대 넘어가지 않는 거친 맛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이 50줄에 들어 국민학교 총동창회를 한다는데
문득 그 아이가 궁금했다.
바가지에 보리밥 싸고 한편에 종지 박아 새우젓으로 점심 도시락 싸 오던 그 아이.
마침 나타 나 주어 근황을 물으니
안양에서 빌딩 주인이 되었다며 밥을 사겠다고 했다.
역시 어려서부터 돈을 달리 보던 그 예리함으로 부자가 되었구나 생각했다.
또 세월이 흘러~
지금도 모과를 보면
그 시절 생각이 나서 웃곤 하는데
요즘은 모과도 흔하고 별 대접도 못 받는지
많이 떨어져 있어도 주워 가지도 않는다.
지금 주워다 팔면 청 담아 건강 지킨다고 잘 사 갈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분일 뿐이다.
I Remember You - Beth Anne Rank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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