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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남편과 된장/2020-11-26

 

◈날씨는 춥고

집안에서 이것저것 뒤지다가

오래전 일기를 발견, 남편에게 읽어주니 감동받은 눈치. ㅎㅎ

 

난데없는 된장 이야기를 하게 된 까닭은?

어제 친구와 여행길에서 대화를 나누는 중에 나에게,
넌 아직도 남편을 엄청 사랑하나 보다 라고 했다.

그야말로 쉰세대 쉰냄새 나는 나이에 남편을 엄청 사랑한다느니
죽도록 사랑한다느니 그건 대외적인 표현이라 할지라도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곰곰 생각해 보았더니
남편이란 된장과 같은 존재였더란 말이다.

고운 빛깔의 고추장도 아니고
왜 하필 때깔 덜 나는 된장일까?
간단하다.


된장은
폼은 안나지만 집에 없어서는 안 되는 기본양념이며
늘 그 맛 변하지 않고
속이 덧 나도 된장찌개 하나면 곧 가라 앉고
한여름 더위에도 된장쌈이면 더위는 저만치 달아나고
순수 우리 식품이라 진력나지 않으니 이만한 믿음이 또 있으랴.

남편
집에서는 내편 나가면 남의편이 남편이라 하지만
명배우 같은 폼나는 얼굴은 아니라도 20년 넘게 날 지켜주니 든든하고
내가 밖에서 속 뒤집혀 오는 날이 어쩌다 있다 해도 남편의 위로에 치유받을 수 있고
내가 부족함을 느끼거나 SOS를 칠 때 맨발로 달려 와 줄 119 구조대이고
무엇보다 우리 가족을 지켜줄 마지막 믿음을 주는 사람.
곧 남편이다.

그러기에 그 고마움을 사랑하고 안하고와 견주는 일은 부질없다.
삶 속에 사랑도 녹고 미움도 녹고 원망도 녹아서 발효되어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그 무엇,
그게 부부인 것 같다.
늘 변함 없는 우리 집 된장 맛이나
남편이나 고마울 따름이다.

이제는 정에 살고 정에 죽을 때이다.
아름다운 꽃빛이 첫사랑이라면
오래 두어도
언젠가 또 다른 큰 세상을 펼칠 씨앗 같은 사이가 곧 부부라고 생각된다.

오늘 점심은 구수한 향기가 있는 된장을 한종지 담고
연한 상추 씻어 점심을 먹어 봐야겠다.
밖에 있는 남편은 점심이나 챙기고 일을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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