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딸아이가
생일 선물로 준 36색 수채색연필과 스케치북
엄마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편지가 들어 있었지요.
그 때나 지금이나 꽃에 빠져 살 때니까
책꽂이에 꽂아 두고 저걸 언제 써먹지?
그저 딸아이 생각날 때마다 바라보곤 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딸은 제 성향을 다 파악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나 제 마음을 헤아려
꼭 필요한 선물을 해 주는 아이.
그래 네가 사 준 저 색연필 언젠가 쓰임새가 있을 것이다.
그랬는데
요즘
사용처를 찾아냈습니다
어느 비 오는 날
카메라를 들고나갈 수도 없고
집에만 있자니 너무나 심심한데 눈에 들어온 색연필.
아하
저걸 가지고 놀아보자.
답답한 이 시대에 입을 가려 놓으니 무표정해 보이는 똑같은 얼굴에 미소를 띠게 하자
그래서 없는 솜씨로 그리기 시작한 꽃 그림.
잘 그려진 것은 (순전히 제 기준)
이웃에게 선물하고
조금 실수한 것은 제가 쓰고 다니고
그랬더니
다른 이들 눈에는 그저 다 예뻐 보이는지
칭찬하는 사람, 관심 갖는 사람이 늘어 갑니다.
앞으로도 계절에 어울리는 꽃을 찾아 그려 보려 합니다.
수목원 선생님들께 선물로 드리니
모두 잘 어울린다면서 좋아해서
신이 났습니다.
어때요?
무표정한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나요?
배운 적 없지만 제 마음대로 그리고 행복해하고 그럽니다.
오늘도 오후에 만날 친구에게 예쁜 붓꽃을 선물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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