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전의 여름
복날도 됐으니 닭볶음탕을 해 먹자고
생닭 두 마리를 들고 오신 시어머님
늘 너희들 생각에 용돈 아껴서 사 오셨노라고
맛나게 요리를 해 보라신다.
저녁에 둘러앉은 가족
개인접시를 주시며 "난 다리 두 개 다오" 하시기에 얼른 드렸다.
잠시 후 거기 더 찾으면 다리 두 개 더 있다.
하시기에 애비 주거라 하실 줄 알았는데
"그 다리 두 개 그리고 날개 골라 나 다오, 난 그거면 됐다.
나머지 너희들 배 부르게 먹어라" 하시니
요즘 같으면 속으로 (헐~~!)했을 테지만
하늘 같은 시어머님 바라보며 웃고 말았다.
저녁상 물린 뒤 방에 들어와 남편에게
"당신이 돈 드려서 닭 사오신거지?" 했더니 조금 전에
몇 만 원 받아 가셨다는 것 !(또 한 번 헐~~!!)
2:30년 뒤의 여름 즉 오늘
우리는 배달음식을 주문하지 않는다
이곳에 이사 온지 3년이지만 흔한 짜장면 한 그릇도 주문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오늘따라 TV에서 선전하는 피자가 유난히 맛나보여서
우리 복날 미리 땡겨 피자 한 판 시켜보자 했더니
일요일이고 하니 그래 보라고 한다.
주문을 어떻게 하지 ?
그냥 가게 찾아 전화해보니 친절하게 보내 주마고 한다.
그리하여 도착한 피자
비주얼이 꽤 좋다.
여덟 조각 , 두 조각씩 같은 토핑이다.
왕새우가 두 마리 얹힌 조각에 꽂힌 남편 얼른 집어 든다.
나는 차례를 지켜 그 옆의 조각.
콜라며 소스, 피클 등등 신경 쓰고 자리에 앉으니
하는 말 좀 보소
중간에 낀 왕새우 조각 가리키며
"난 저거 한 조각 더 먹으면 끝!
나머진 당신 다 먹어도 돼."
그 순간 난 30년 전의 여름을 떠올렸다.
아하 DNA!!!
그리하여 새우는 눈으로만 보고
다른 피자 조각 먹고 나니 개운하지 않은 맛에
나는
점심에 먹었던 새우젓 호박찌개에 밥 한 술 말아
입가심.
순순한 얼굴로 오늘 피자 정말 맛있다는 남편 ,
그래, 맛나면 됐다. 사랑하는 나의 사람아!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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