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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거지도 선 볼 날 있다는데/2021-11-27

날이 추워지고 

대비 해 지난해 입던 옷을 꺼내 입고 거울 앞에 섰는데 

20여 년 만에 만난 친구처럼 낯설고 

이게 정녕 내 옷이었던가 싶다. 

 

세월이 변덕인지

내 마음이 변덕인지 모를 일이다. 

 

이번에 딸이 다녀갈 때 

장모님 용돈이라고 사위가 쥐어 준 게 있겠다

(질러버려?

때 맞춰 나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냐 ,그냥 가지고 있으면 생활비에 들어가 배추가 될지 콩나물이 될지도 모르잖아~ 

언젠 이거 믿고 살았나?)

마음속에서 수많은 생각들이 뒤섞여 한 마디씩 거드는 것 같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문득 어머니의 한 말씀이 떠 올라 

집을 나섰다.

거지도 선 볼 날 있다는데 

또 알아? 나에게도 중요한 자리에 입고 갈 일이 생길지???  

 

그리하여 생일쿠폰 보내 준 옷 가게에 가서 

세일한다는 유명 연예인 모델이 입었던 외투를 하나 구입했다. 

인증사진 하나 찍어 보냈더니 

딸이 잘했다고 울엄마 예쁘다고 한다 (역시 내 딸 , 네가 내겐 로또다)

 

나에게 날개 단다고 날아 오르지는 못하겠지만 

나비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외출을 기다려도 될 것 같은 

해맑은 오후 

일년을 잘 살아 낸 나를 칭찬해 보는 시간이다.

 

 

산딸나무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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