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에겐 몇 가지 연중행사 중에 이무렵 해야 하는 일이 있다.
김장.
아이들 어렸을 적엔
배추 50포기와 알타리 20단 ,그 외 여러 가지김치를
몸 안 사리고 혼자 다 해냈는데
애들이 각 살림을 하게 되니
각자 알아서 산다하고
이제 두 사람 먹을 양만 하게 되니 그리 분주할 일은 없는데도
숙제를 안은 부담감에 며칠을 고민하게 된다.
내일을 김장 담는 날로 잡고
배추는 절임배추를 사용하기로 하고
파김치나 담을까 하고 동네 장에 나갔더니
순무가 눈에 띈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식재료다
한 단 사들고 들어 와 계획에 없던 순무김치를 담았다..
어머니 살아 계실적에
고향이 서해 바닷가였던 어머니는
충청도 산골에 씨앗을 가져와 심으시고
우리에게 순무김치를 해 주셨었다.
그땐 무엇인지도 모르고 먹었던 김치
다른 집엔 없던 김치 었었다.
80세 되시던 겨울에 우리집에 오셨다가
순무김치를 보고 반가워 하시며
오빠 집엔 안 해 먹던데 어디서 샀냐,
씨앗을 구할 수 없을까 하시기에
농사 지으시는 분께 부탁해 씨앗을 구해 드렸는데
서울 집 화단 끝에 심어 보시겠다 하시며 참 좋아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러나
그 이듬해 초여름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씨앗을 심어 보지 못하신 게 맞을 것이다.
순무는 어머니의 고향과 젊은시절을 다 만나게 해 주는 반가움이었을 텐데...
올해는 순무김치를 먹으며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시간이 많아질 것 같다.
이별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어머니는 내 가슴에 젊은 날의 모습으로 나를 지켜주는 기둥으로 계시다.
엄마도 때로는 어머니가 사무치게 그립다는 것을 내 딸은 알까?
※절임배추 20kgX2=71,000
무 한 단:7,000(큰 것 5 개)
쪽파(대)2 단 9,000
갓2 단 :5,000
대파 한 단 2,000
굴 10,000
수육거리 삼겹살 22,000
배,사과:10,000
순 무 한 단 7,000
(생강,마늘,고춧가루(6kg:220,000),양파,생새우(20,000)새우젓,멸치액젓 찹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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