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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2024-02-23/정월 열나흗날

어린 시절 옛 생각이 많이 나는 것이 이 무렵이다.

 

새벽잠 깨워 귀밝이술이라고 구운 두부랑 먹여 주시던 어머니.

오늘은 김치를 안 먹는 날이다 일러 주시던 날도 있었지.

열나흗날인지 보름날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낮에 솔가지 꺾어다가 저녁이면 지붕에 얹으며

"노낙각시(노래기강의 절지동물) 바늘 받아라" 

외쳤었다. 

집안에 노래기가 스며들지 않게 함이라 했다. 

그리곤 동네 아이들과 만나 

집집마다 돌며 노래를 부르면 떡도 주고 곶감도 내어주고 

그러면 모아 가지고 와 뉘네 사랑방이든 자리 잡아 

윷놀이를 하곤 했다. 

 

저녁에 남자애들은 깡통에 불을 담아 쥐불놀이를 많이 했는데 

산불 낼까 위험하다고 아버진 곁에 구경도 못하게 하셔서 속상하기도 했었다,

긴 겨울밤 애들끼리 모여 놀던 그 아쉬움은 그리움이 되었다.

 

찰밥을 짓고 

묵은 나물을 볶고, 설에 쓰려던 녹두를 불려 녹두전을 만들며 

녹두전, 두부, 메밀묵을 좋아하시던 아버지 생각을 해 보았다. 

두 식구 마주하고 밥은 한 술이나 되게 떠 들고 앉으니 옛맛이 날 리 없다. 

아이들은 자기들 살림이 바쁘니 오라고도 못하고 

그래도 마주 앉을 사람이 있음에 감사해야겠다. 

 

나이가 듦이 이런 건지 

어릴 적 생각이 또렷해져서 

잠 안 오는 밤 국민학교시절 학교에서 내주던 과제들을 떠 올려 본 적이 있다. 

 

겨울이면 

솔방울 따가기(난로 불쏘시개용), 장작 가져가기가 있었고

빗자루 만들어 가기 (싸리비, 수수비) 

아까시나무, 싸리나무, 잔디, 씨앗 받아가기 

동네별로 퇴비증산해야 한다고 

풀베어 가기, 뗏장 떠가기,

복도 마루 길들인다고 들기름 가져가기, 기름먹인 마루 광 낸다고 양초도막 가져가기

.걸레 만들어 가기 , 벼 이삭 주워가기, 쥐꼬리 잘라가기(쥐잡기운동)등등... 

 

학교 실습답에 배추벌레 잡기 

인분 퍼 날라 거름 주기.

실습논에 객토하기, 모내기, 논매기, 벼 베기 

그 외에 파월장병 집 보리 베주기.

지금은 초등학생을 어리게만 보지만 

그때는 별아 별 걸 다 시켰던 것 같다.

물론 농촌지역이라 그랬을 수도 있지만 

부모들도 아이들도 학교의 지시는 절대적이었고 

잘 따랐던 것 같다,

 

이런저런 유년시절의 기억들이 

지금은 까마득히 멀어진 시간이지만 

잠 안 오는 긴 겨울밤엔 나를 타임머신을 탄 듯 그 시절로 데려다 주니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50년 전 떠나신 아버지도 32년 전 떠나신 어머니도 

내 기억 속엔 늘 곁에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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