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곧 다가온다.
명절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하고부터 난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혼 때에는 멋 모르고 열 식구 살림 맡아
보름 전부터는 이것저것 재료 준비하고
만두 만들고
광주리로 하나씩 전 부쳐서 형제들 다 싸 들려 보내고
늘 일에 치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몰랐던 것 같다.
결혼 후 수 많은 명절을 보냈지만 친정에 가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처음엔 시집살이 버거워서 가지 못했고
애들 자라면서 살림나고 보니
친정부모님 안계시고 막내인 나는
나이 차이 많이 나는 형제들 각자 자녀들과 보내는 명절에 끼어있기 싫어서이기도 했다.
지금은 며느리 사위 맞아
우리 가족이란 작은 테두리가 만들어졌는데
손자, 손녀, 아직 어리고
젊은애들 명절음식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허리 아프게 이것저것 하지 말라고 하지만
내 맘은 어디 그런가~
안 해야지, 아니 조금씩만 해야지 하면서도
주섬주섬하다 보면
전도 채반으로 하나 가득 ,
수정과, 식혜, 밑반찬 등등 괜스레 동동걸음이다.
아들네 식구 잠깐 들러 갈 것이고
딸네는 사위는 해외에 있으니 둘이 있을 것
엄마아빠 놀러 오시라니 거기나 가 볼까?
오늘은 식혜를 만들고 있다.
밥알을 삭힌 뒤 달이면 뜨거울 때 먹는 식혜가 시원하다 하시던 울 엄마 생각이 난다.
닮았는지 나도 뜨거운 식혜가 좋으니 모전여전이다.
일요일이면 아직은 서두르지 않아도 될 일이지만
소심한 탓에 메모지 들고 빠진 게 없는지
살피고 있다.
올해는 물가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비싸서 걱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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