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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바람따라

오대산에서 가을 향기를...

 

오대산 월정사 입구에 다다랐을 때는 사방 깜깜한 밤 이었고

매표소 사람은 철수 한지 오래지만 무사통과라는 은밀함으로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

몇개의 다리를 건너 한참을 가도 불빛도 보이지 않고 비포장 도로가 나오는데

어디서 부터 뒤쫓아 왔는지 승용차 한대가 앞지르기를 하더니

이내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

창문을 열고 시동을 끈 채 바라 보는 하늘...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계곡 물소리가 들려 오고

나의 오감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일어 섰다.

 

한참을 서성이듯 숲속의 향기를 맡으며

얼만큼 더 가야 숙소를 찾을 지 몰라 되돌려 나와 입구 산장이라고 이름 붙인 곳에 묵을 수 있었다.

지은지 오래 된 집이었으나 깔끔하게 수리 되어 화려한 장식이 있는 어느 집보다 간결한 느낌으로 기분 좋게 잠을 청했다.

 

새벽 다섯 시

잠이 깨었지만 조금 민기적 거리다

6시 월정사를 향했다.

어둠이 덜 가신 경내는 행자승들이 뜰을 쓸고 있었다.

 

 

 어둠이 걷히는 금강교.

 계곡물에 비친 그림자.

마치 내 마음속에 덜어 내지 못한 욕심의 그림자 같았다.

 

 

 

 고요한 경내

아침 일찍 절에 가시던 어머니의 마음을 잠시 헤아렸다.

 

 

 

 

가을볕은 서서히 다가 오고 

새벽 이슬은 낙수 되어 발아래 땅을 적신다.

 

 

 상원사를 향해 가는 길

섶다리가 눈길을 끈다

다리위의 저 사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침 공기가 차다.

산 꼭대기 부터 서서히 새 옷으로 갈아 입는 중이다.

 가끔

이생각 저생각

에라 ~ 모르겠다

마음 속에서 흩어 놓을 때가 있다.

산다는건 ...

살아 있다는 건 축복이다.생각하지만

어제 아침 세상을 버렸다는 톱스타의 소식에 내 마음도 멍해진다.

 상원사에 다다르니

몇년전 적멸보궁을 찾아 오르던 생각이 난다 .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그래, 묻지마라

인생길도 산길도 그 끝을 누가 안다더냐,

오르다 보면 정상에 다다를 수도 있고 샛길로 잘 못들어 헤맬 때도 있는거지...

누구도 "인생은 이렇게 사는 것이다."

자신 있게 말 할 수 없는 것!

 

 스님...

무엇을 생각 하시나요?

저요?

아직 식전이라 배고파요.

속물은 속물 다워야

당신의 수행이 더욱 빛(?)나는게 아닐까요?

 

 나래회나무

햇살이 비추지 않았으면 너의 존재를 알았을까?

 

 햇살은 숲속의 깊은 곳 까지 파고 들어

깨우고 있다.

 

아직 피어 있는 물봉선

넌 날 기다리고 있었니?

인연이 닿아 널 볼 수 있어 기쁘다.

 

 과남풀도 이슬 먹은 채 햇볕에 곱다

이 청보랏빛이 사위어 길 때 쯤 서리가 내리겠지.

 

 범부채는 씨앗을 다 떨구고...

 

 구절초의 웃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좋다

나도 너희들 틈에서 웃어 보고 싶다...

스마일 ^^*

 

벤치 위에 떨어진 낙엽

커피 한잔이 그리운 시간...

 느릅나무와 전나무의 동거

한 때는 서로 후비는 상처로 아팠을 테지만

이젠 共存의 의미는 충분 한 것 같다.

함께한 세월이 한두해가 아니니까.

 산길을 자동차로 달리는 건 반칙이다(?)

그러나 난 자동차를 이용해 상원사 입구에서 홍천군 명개리로 넘는 산길을 올랐다.

18KM 비포장 도로

그리 만만하지 않았지만

중간중간 쉬어 가며 산세를 즐기려니

두어시간 걸렸다.

운전 해준 나의 친구 그댄 따봉!

 

등칡줄기를 간간히 볼 수 있었다.

 쑥부쟁이

이제 가을꽃도 거의 져 가는데 쑥부쟁이는 서리 올 때 까지도 이길에서 피고 질 것이다.

옻나무

붉나무인줄 알있더니 옻나무다

빨간 잎이 정말 예쁘다.

 산 굽이를 돌 때마다 새운 풍경들을 만난다.

나의 미래도 어디만큼 가다 보면

분명 지금의 모습은 아닐테지.

 거제수나무

사스레나무

섞인 듯도 하고 아니듯도 하고...

편지를 써 보려고  수피를 몇장 벗겨 왔다.

계곡물이 유리알 처럼 맑다.

손바닥 가득 담아 마셔도 시원하고 개운하다.

가을 맛은 물 속에도 녹아 있다.

 여기저기 단풍나무들은 곱게 물들어 가고...

 마가목 열매가 파람 하늘에 더욱 붉게 보인다.

잎까지 단풍들면 그 모습은 화려 하겠지.

뜰이 있다면 심어 보고 싶은 나무.

 길가 농가 마당 끝에 핀 만수국

홑잎이라 더욱 정겹다.

 명개삼거리에서 구룡령을 넘을까?

운두령을 넘을까?

잠시 갈등이 생겼지만  바닷가 풍경을 보려고 구룡령을 넘어

양양으로 향했다.

설악산 초입은 만원,주차장을 방불케 하기에

되돌려 강릉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태양에 말리고 있는 오징어

너의 유혹을 떨칠 수는 없다.

 

진고개로 올라 오며 길섶의 꽃향유를 만났다.

볕들지 않는 숲속을 원망 하지 않고

네가 고운 빛으로 숲을 밝히는구나.

 고갯마루의 휴게소 바람은

淸風인지 靑風인지...

 

 뭐 하는 집일까?

장난감 블럭을 쌓아 진열 한 듯

옹기종기 햇살속에 있다.

 

 

진부로 다시 나오는 전나무 길

어젯밤에 들어 간 길을 되 짚어 나온다.

다시는 가지 말아야지 해도

또 가야 하는 길도 있고

다시 가 보고 싶은 길이지만 영 ~~ 다시 가볼 수 없을 때가 있다.

오늘 만나지 못했음은 인연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고

다시 만난 건 좋은 인연이기 때문이라고...

내 삶의 무게도 만만 찮은데

무엇을 더 욕심 내랴~

이 순간

내가 숨쉬고 있음이 행복 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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