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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연말이면...

 

 

집안에 막내는 귀염둥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열외이며 천덕꾸러기가 되기도 한다.

중학교 진학을 계기로 부모님과 떨어지게 된 후

그렇게 학교 다니다가

취직 하게 되었고

제일 큰언니 집에서 신세 아닌 신세를 10여 년간 지게 되었다.

 

내가 다니던 직장은 12월 31일 밤을 새워 가며 결산을 하게 되었다.

자정이 되면 떡시루와 돼지머리를 차려 놓고

한 해를 무사히 보낸 것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금고 제를 지내고

밤참으로 떡국을 먹었다.

 

졸린 눈 치켜뜨고 결산을 다 끝내 갈 무렵이면 새벽 3~4시 정도 되어

집으로 돌아 갈 시간 사람들은 긴 기지개를 켜며

새해 차례를 지내러 집으로 향했다.

 

그 때 부터 나의 근심은 시작이 되었다.

당연히 내가 살고 있는 언니 집에 가면 되지만

늘 함께 살던 언니라도 1월1일 새벽에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동생을 참 못 마땅하게 생각 하셨다.

여자가 초하룻날 대문을 제일 먼저 열고 들어오면 재수가 없다는 이유였다.

그렇다고 함께 살지 않던 오빠 집에 차례 지내러 왔다고 새벽 댓바람에 들어 갈 수도 없는 노릇.

 

그런저런 이유로 얼른 시집가서

내 가정을 꾸려야지 다짐 했지만 어디 연분을 만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인가?

서른을 꽉 채우고서야 내 가정이라고 꾸릴 수 있어서

언니와 나의 1월1일 어색하게 마주치던 일을 끝낼 수 있었다.

 

난 어떤 이유로든 12월31일을 밖에서 보내는 것을 싫어한다.

그리고 밤에 이동하는 것을 싫어한다.

아마도 그 때 생긴 버릇인 것 같다.

해마다 끝자락에 서면

갈 곳 없어 길을 서성이던 1월1일의 새벽이 떠오른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서성거리지 않아도 되는 내 집이 있다.

언니도 세상 떠나신지 8년이 되었고

나는 그 무렵의 언니 나이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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