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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시어머니

2003 12

 

따르릉~~~~~~~~
"얘야 에미야,몸은 좀 으떠냐?
발발대고 쏘댕기지 말고 몸조심해라,니가 근강해야 에비가 맘편히 일을하는거다.
약 잘 챙겨먹고 힘든일 하지마라~~~~~~~"
요즘 이틀도리로 내가 받는 전화다

저번엔 아들만 살며시 불러서
한약 달인것 한달분과 밥밑콩 몇되와
아끼고 아껴 꼭꼭 감추었던 거금 백만원을
손녀딸 대학 입학금에 보태라고 들려 보내셨다
받아놓고보니
초창기 시집살이때 생각도 나고
늙어지신 어머니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눈물이 났다

처음 시집왔을때 환갑을 막넘기신 때였는데
그때의 모습도 김지미 뺨치게 곱고 이쁘셨으며
얼마나 우아하게 사람을 부리시는지
막내로 자라 위함만 받던 나는 가끔씩 눈물을 훔쳐야 했다

어머니,결혼하지 않은 시숙 ,시동생 ,결혼한 시누이네 가족 등 열식구
조석챙기는 일도 익숙지 않았고
친정 잘산다며 집한칸 사달래라던
어머니의 은근한 바램
모두 내손만 가야하는 어려운 시집 식구들
어머니는 나모른다는 식으로 다 맡겨둔채
늘 여행만 다니셨었다
첫아이 낳고 닷새만에 김장들여놓고 나와서 밥이나 하라던
그 인심(?)에 많이 서러웠던 생각도 난다

그런날들이 있었고
그 덕에 살림을 거뜬히 배웠지만
본디 시집살이라는게 서운함만 남는건지
마음속에 용해되지 않던 그 무엇들이 있었는데....
요즘들어
자주 전화해주시는 모습만으로도 감격하고 있다.
이제는 고운모습 자취없고 틀니에 굽은 허리
연민의 정만 남아 잘해드리고 싶은데
아마도 오래 사실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시고 계신가보다

기쁨도 슬픔도 영원한것이 없듯이
세월이 가면 상황은 달라지는데
그만해도 철없던 신혼때에는
야속하기만 했던 시집의 가족들......
이젠 시누이들 하고도 허심탄회하게
가족들 흉도보고 우스개소리도 하게 되었으니
이집에 시집와서 뿌리내리고 나뭇잎 무성한
한그루의 나무가 된 느낌이다

시어머니 사시는 동안 작은 의지라도 돼 드리고
세상 이별할 때엔
마음에 응어리 없이 손을 놓을수 있게 되길 바라며
마음을 써 드려야 할 것 같다
나도 머잖아 그자리에 놓여지겠지.
시어머니란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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