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바람따라

아름다운 절 선암사 /승주

 

올 해는 무척 바쁘다는 옆지기

휴가란 기대 밖이였는데

갑자기 짐을 꾸려 어디를 가 보고 싶냐고 한다.

매화철은 아니지만

언제부터인가 마음속에 가 보고 싶은 아름다운 선암사가 떠 올라

냉큼 짐을 싸서 남으로 남으로 달아 나기 시작했다.

 

 

 

네비게이션이 없으니 이 강네비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는데

길 양 옆에 스치는 풍경과 눈 앞에 어른거리는 꽃만 보이니 뭔 일인지 모르겠다

승주에서 선암사를 향해 가는데

나비 한마리 포르르 난다.

길 옆에 마침 정자도 있고 점심식사를 하기로 잠시 내렸다.

아침에 집에서 마련해간 유부초밥과 토마토로 간단히 해결하고

난 남방제비나비를 담을 수 있었다.

 

 

 

 

                                                                                                

선암사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선암사 주차장에서 경내까지 15분 정도 걸어야 한다고 한다.

슬슬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포장되지 않은 숲길을 걸어 오르는데

계곡 물소리는 그동안 내 마음에 얹혀 있던 옹이 같은 생각들을 깨뜨려 가져 가는 것 같았다.

 

 

 

숲에 막 태어난 쌍둥이 흰버섯

이름을 몰라도 좋았다.

 

부도탑을 지나고

 

한참을 오르니 승선교가 눈에 들어온다.

그동안 보아 왔던 사진을 떠 올렸지만

계곡물이 너무 많아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멀리서 담는 것으로 대신 했다.

 

 

 

강선루를 가까이서 보았다.

 

계곡 물소리는 여전하고

 

 

꿈이 이루어지는 길을 걷는 저 사내의 어깨에 지워진 짐을 내려 놓는 날이 오길 기도했다.

 

고목을 감고 오르는 으름덩굴도 비에 젖었고

 

이끼 사이사이 얼굴울 내밀고 있는 마삭줄이

이 곳에는 참 많았다.

 

 

선암사 입구

고목에는

소원을 빌었는지

동전들이 빼곡히 박혀 있었다.

 

 

선암사 일주문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리고

 

 수국은 함초롬히 피어

절간의 풍경을 더욱 고즈넉 하게 만들었다.

 

 

 

 

대웅전 앞 은 공사중이었고

여름불교학교 운영중이라 복잡했다.

삼층석탑도 지지대와 연등에 가리워지고....

 

 

 

 

 

 

 

 

 

 

상사화도 피어

비를 맞고 있고

 

거지덩굴은 이곳에 많이 퍼져 있었다.

왕자팔랑나비 한 마리 마실 와 있다.

 

잘 자란 팔손이

근사하구나.

 

맑은 날이었으면 향에 취해 다가가는 이들이 많았을텐데...

 

지남 밤 피었던 노랑하늘타리는

수줍게 모습을 감추는 중이었다.

달님을 보았을까? 

 

사위질빵도 별이 되어 곁에 있었고

 

조록싸리엔 흰나비 한 마리가 찾아 들었다.

 

파리풀에 앉은 남방노랑나비

처음 상면하는 친구 반가워라~~

나비야 안녕?

 

 

 

 

곳곳에 은목서 나무

이 꽃이 필 무렵 다시 올 수 있었으면...

 

 

 

 

 

감로수가 있는 이 곳엔 금식나무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남쪽이라 식생이 다르고

화분에 자라는 작은 나무만 보다가

큰 나무들을 보니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굽은 소나무

이 맞은편에는 뒤깐이 있다.

정호승의 시를 떠 올리게 한다.

 

선암사 뒤편엔

편백숲이 있다.

바라만 보아도 기분 좋아지는 숲

 

기와의 작은 틈에 뿌리내린 난장이바위솔

 

 

 

 

 

누리장나무는 여기도 아직 피지 않았다.

 

걷는내내 나를 깨우던 계곡의 물소리

생각했던 것들은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언젠가는 이루어진다.

그러기에 함부로 기도할 일이 아니다.

내가 오고 싶었던 곳

이 아름다운 선암사를

꼭 다시 오고 싶다.

내 옆지기는 한 번 다녀 온 길을 왜 다시 가고 싶어하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이렇게 말해야지.

늘 보고 또 봐도 보고 싶은 나의 가족도 있는데 뭐~~~

 

 

 

 

 

초록 숲을 걷는 마음은 새털처럼 가벼웠고

다리 아픈줄은 더더욱  몰랐다.

 

 

8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