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애가 다섯살 때쯤이었던 걸로 기억이 된다 .
차를 사고 얼마 되지 않아 장거리 여행을 작정하고 나서서 간 곳이
지리산 쪽이었다.
정령치까지 차로 오를 수 있다기에
안개 자욱한 산 길을 오르고 올라 정령치에 다다랐을 때
정말 눈 앞에 보이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여름인데도 한기가 느껴지기에 꿀차를 사서 한 잔씩 마시고
육모정쯤 내려왔을 때 본닛에서 연기가 살살 올라오고 있었다.
놀라서 내려보니
기어변속으로 내려와야 하는데 브레이크를 많이 사용해서 라이닝과열로 그런거라고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이 처치 방법까지 일러 주었다.
물 한 바가지 얻으러 들어간 집에서 백숙을 시켜먹는 사람들.
순간 자동차는 잠시 잊고 나도 저거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후 살림을 하다보니
유원지의 음식 값이 비싸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가능한한 여행지에서 특산음식들을 먹는 일 보다는 여행은 하되
집에서 준비 해 간 것으로 밥 지어 먹고 라면 끓여 먹고... 그랬다.
마음속에는 늘
육모정에서 보았던 쟁반에 놓인 김나는 백숙이 아른거렸지만
그럴 때 마다 집에서 해 먹곤 했는데...
아무래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
언젠가 나도 유원지에 여유롭게 앉아 백숙을 시켜먹어야지 했었다.
참 작은일에 집착아닌 집착이다.
오늘 우리집 가장이 쉬는 날이라고 먼 곳 휴가는 못가지만 가까운 곳에 다녀오자 하여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오는데
00유원지 입구에 닭 백숙이란 글자가 크게 눈에 들어왔다.
아하~ 그래 오늘은 그 소원을 풀어보자.
남편에게 보신 해준다는 명목아래
백숙 한 마리 주문해서 맛있게 먹었다.
20여년이 넘도록 벼르던 일이다.
참말 나도 답답한 사람이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건만
그동안 왜 끙끙거리고만 살았는지...
집에 돌아와 포만감에 쉬고 있는데
장남이 눈치를 챘는지
일찍 퇴근하여 오고 있는 중이란다.
우리만 나가 먹은게 죄스러워 애쓰는 장남을 위해 백숙을 끓이는 중이다.
잘 먹고 기운내서 여름동안 직장에 잘 다녔으면 하는 엄마의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