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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웃자

오리사냥 1탄

청둥오리는 겨울 철새이지.
여름에는 당연히 보이지 않아야 하는데 시도 때도 모르고 진주 샛강에 자주 나타나더군.

지구상에 일고 있는 환경변화로 철새의 특성을 잊어버린, 한마디로 고장 난 변종 청둥오리인 것이지.
이런 청둥오리는 천연기념물로 보호해줄 가치도 없고 토종의 지속을 위해 잡아야 된다는 게 내 지론 인데.

내가 사는 진주 남강에 유입되는 수많은 샛강 중 고성 연화산 중턱에서 생성되어 금 곡을 거쳐 문 산에 이르는 영천강 이라고 있어.

맑은 물과 수려한 경치로 인근 주민들이 자주 찾는 위락 지이기도 하는데,
여기에 청둥오리가 자주 내려와.

요즘 비 탓에 늘 공치고 있어서 사실 술값도 없고, 아니 술값이야 얼마하나? 안줏거리가 없다는 거지.

그리하여 오후의 무료한 시간에 청둥오리를 나는 잡으러 갔다네.

작전에 의해 일단 차는 먼 곳에 주차시키고 지나며 확인한 청둥오리가 노는 곳의 상류 쪽으로 눈에 안 띄게 허리를 바싹 숙이고 침투했다.

먼저,
굴곡진 물풀 뒤에 숨어, 준비해간 빈 종이상자를 물에 흘려보냈지.

안 보던 부 유물이 내려오자 놀라 퍼덕이며 자리를 옮기던 오리가 두 번째 세 번째 계속해서 내려오는 종이상자에 슬슬 단련되어 가더군.

여유를 두고 다시 내려 보내자 제 몸에 ‘툭’ 하고 닿았는데도 별 반응을 안 일으킨다.
.
다음으로 빈 콜라 병을 내려 보냈지.

이 병도 처음엔 경계의 눈초리를 번득였으나 또다시 내려오자 피하지 않더군.

올 타구나.
난 쾌재 부르며 이번엔 노란 양동이를 내려 보냈다.
오리 때들이 몰려있는 사이에 흘려든 양동이가 몸에 부딪쳐도 끔쩍 안하고 놈들은 잘도 놀고 있네.

드디어 작전개시
앞전과 똑같은 노란 양동이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물에 들어갔다.

미리 뚫어놓은 단추만한 구멍으로 오리의 거동을 관측하며 엉덩이로 바닥을 쓸며 살살 내려갔지.
우둔한 오리는 그냥 떠내려 오는 양동이로만 알지 그 안에 사람이 숨은 것은 모르고 있는 거야.

목표는 제 혼자 떨어져 노니는 미운 오리? 한 마리.
장난 끼가 발동한 나는 양동이를 밀고 가 몸을 슬쩍 부딪쳐 보았다.

아쿠, 이런 멍청한 오리, 아예 죽기로 작정 했구먼, 일절 반응이 없어요.
허우적거리는 노란 오리발이 물밑으로 보인다.

잽싸게 잡아당기니 '꾹' 소리 한번 못 지르고 물먹은 하마가 되었다.
익사시킨 한 마리 허리춤에 차고 다음 오리를 잡으러 양동이를 밀었지.

아............
나는 오늘 무지 많은 청둥오리를 잡았다.

잠깐.
맹세 컨데 이 오리들은 보호할 가치가 없음을, 그래서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모 교수의 신문기고도 있었다네.

털 뽑고 잘 씻어 한 솥 가득 안쳤다.
비님도 오시는데 막차 타지 말고 얼른얼른 참이슬 한 병 들고 온나 요. 진주로............

(생각은 자유 입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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