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 창 안에 혼자 앉아 있는 일을 아주 싫어하는 저는
딸아이에게 부탁해 놓은 서류가 있어
그것을 핑계로 다녀오면 버스타고 왕복
몇 시간은 지나게 될 것 같아 집을 나섰습니다.
딸네 사무실 사람들 보면 안 되니 거울도 한 번 더 보고
옷도 밝은 옷을 입고 나섰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아일 불러냈더니
달려 나와 별다방으로 데리고 갑니다.
(안 그래도 꿀꿀한 기분 커피 한 잔 할 친구가 필요했단다...)
바쁜 시간을 쪼개 나온 줄 알기에 부지런히 용건만 말하고
서류를 받아 돌아 나오려니
조금 더 있다 오셔서 함께 점심 먹고 얘기 좀 하다 가시지 그런다며 아쉬워합니다.
자주 보는데도 그저 엄마와 딸 사이는 얘깃거리가 많습니다.
제가 얼마 뒤 수술을 해야 한다는 소식에 마음아파 하기도 했지요.
횡단보도 앞에서 얼른 들어가라고 손을 저어 보내려니
잽싼 손놀림으로 제 손에 돈을 쥐어주고는 달아나는 아이
그 모습을 오래 볼 수가 없었습니다.
오래전 제 모습을 잠시 떠올리게 되었거든요 .
직장생활 할 때
오빠 댁에 사시던 엄마
언니 집에 얹혀사는 막내딸 보고 싶다며 급한 걸음에
정문 앞 에 오셨다가
급히 힘겨운 걸음으로 언덕을 올라 돌아가시던 모습은
저를 종일 울게 만들었었지요.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잠시 막내딸 보자고 잘 걷지도 못하시면서 바쁜 마음으로 내려 오셨을 그 맘을 헤아리기 때문에
제겐 마음 아픈 일이었습니다.
오늘 제 딸도 급히 사무실로 돌아가는 발자국소리를 들으니
횡단보도를 건너는 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 세월이 갔는지
제 딸아이 나이의 저는 60고개를 넘었고
저는 그 오래전 제 모습을 딸아이에게서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