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엔 가경일이 있고
기일이 있고
또 명절이 있어 가족들은 이런저런 의미를 두어 만난다.
오래 전 열 식구 며느리 되어
결혼 한 것이 아니라 식모로 취직이 되었구나 싶은 소외감이 나를 슬프게 했던 적이 있었다.
명절날 차례 지내고 친정쪽으로 마음조차도 줄 수 없었던 그 때를 떠 올리면
지금은 너무나 단촐해서 외로운 생각이 든다.
떡국 상 물리고 나면 너네 시누들 온다 무엇무엇 준비해라 하시던 어머니가 야속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시어머니 돌아가시고 나니 시누이들 얼굴도 집안의 애경사 아니면 마주 볼 일이 거의 없다.
부모는 우산대와 같고 자식은 우산살과 같아
우산대 주저 앉고나니
우산살은 각자 흩어져 다시 모이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런 시간이 지나고
나는 지금 또 다른 우산의 우산살이 아닌 우산대가 되었다.
딸아이 3년전 결혼시켰더니 아직 손주 없고
아들녀석 지난 봄 결혼 시켰더니 역시 감감 무소식이고
대신 키워 줄 자신 없으니 눈치만 보고 있을 뿐 스트레스 주지 말라는 딸의 부탁에
며느리에겐 내색도 못한다.
어릴 적 엄마의 명절은 참 바빴다
가래떡도 집에서 만들고
조청 고와놓고 , 두부도 하고 ,술도 담고,약과나 다식도 모두 집에서 준비를 해야 했으니
그것도 모두 나무로 불을 때가며 해야 했으니 얼마나 힘드셨을까?
지금의 나는 엄청 편하지만
과식이 문제라며 어떻게든 조금씩만 준비하려 하고 있다.
모일 가족도 아들내외뿐 딸은 즈네 시댁으로 가고
네식구 마주 앉아 떡국만 끓이면 될 것 같다.
지금 내 며느리는 오래 전 내가 맞았던 명절처럼
행복하지 않은 날이란 생각이 안 들었으면 좋겠다.
저도 직장생활하며 힘들었을테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배려 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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