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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바람따라

미리내성지/조병화문학관 편운재

 

 

안성 미리내성지

안성을 휘휘 돌다 미리내성지를 찾고보니

서쪽 높은 산을 해는 넘어가고 그늘진 성지는

아직 남은 고운 단풍이 있어 찾는 이들을 반기고 있었다.

조금 일찍 갈걸~ ㅜㅜ

아쉽지만

그래도 언덕 위 작은 성당 앞에서 기도할 수 있어서

행복했던 시간~

 

 

 

 

 

 

 

 

 

 

 

 

 

 

 

 

 

 

 

 

 

☆조병화 문학관 편운재

 

 

 

남남. 27 / 조병화


네게 필요한 존재였으면 했다
그 기쁨이었으면 했다
사람이기 때문에 지닌 슬픔이라든지, 고통이라든지,
번뇌라든지, 일상의 그 아픔을
맑게 닦아 낼 수 있는 네 그 음악이었으면 했다
산지기가 산을 지키듯이
적적한 널 지키는 적적한 그 산지기였으면 했다
가지에서 가지로
새에서 새에로
꽃에서 꽃에로
샘에서 샘에로
덤불에서 덤불로
숲에서 숲에로
골짜기에서 골짜기에로
네 가슴의 오솔길에 익숙턴
충실한 네 산지기였으면 했다
그리고 네 마음이 미치지 않는 곳에
둥우릴 만들어
내 눈물을 키웠으면 했다
그리고 네 깊은 숲에
보이지 않는 상록의 나무였으면 했다
네게 필요한, 그 마지막이었으면 했다

 

 

 

 

 

 

 

 

 

 

 

 

 

 

한 때 조병화 시인의 시가 좋아

시집이란 시집은 다 사서 줄줄 외고 다녔던 때가 있었는데

사진으로만 보았던 파이프 담배를 문 모습이 곧 눈 앞에 나타날 것 같은 뜨락

그러나

시인은 그 곳에 영면하고 계셨다.

역시 너무 늦은 시간에 들렀기에

자세히 둘러보지 못했고

동편엔 상현달이 뜨고

서편에 해는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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