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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감사한 나이 예순 다섯

오래 전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에

부모님은 환갑을 맞으셨으니

늦둥이인 나에게 할아버지 회갑까지 고3이 조퇴를 해야겠냐며 말리시던 선생님이 생각난다.

졸업하던 그 이듬해 나의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지금  생각 해 보면

너무 빨리 떠나신 것 같아 참 그립고 그리워

마음 속으로 불러 볼 때가 있다. 칠 남매 중에 나만 출가 시키지 못하고 가시면서

이웃 지인에게 우리 막내 딸 잘 좀 살펴 주시게 하셨다던 아버지.

 

나는 우리 아버지가 떠나신 그 나이보다 더 살고 있다.

살아보니 남들은 날 보고 할머니라 하지만

내 마음으로 보는 거울 속의 나는 사십 줄에 적당히 성숙한 아줌마일 뿐이다.

그래도 엘베에서 혼자 마주하는 얼굴은 흰 머리카락이 보이고 주름도 생기기 시작하고

얼굴빛도 고운 티는 전혀 없는 할머니인걸 어쩌랴

 

그렇지만 요즘은 내 나이가 참 감사하다.

아이들 다 짝 지워 놓았으니

아들이든 딸이든 조금 마음에 안든들 너네끼리 잘 살아 봐라

적당히 거리를 밀쳐 둘 수 있어 좋고

세상 바라보는 눈이 욕심이 없어져서 좋고

하루하루 변하는 세상이 적당히 아까워 더 아름답게 보이니 좋다.

그리고 이제는 언제 무지개 다리를 건넌다 해도

크게 억울할게 없다는 것이다.

맛난 것도 다 먹어 보았고

좋은 곳도 많이 가 보았고

좋은 옷도 입어 보았고

사랑하는 사람도 내 몫으로 있으니

뭐가 아쉬울게 있을까

 

전에 어머니께서 말씀 하셨다

나이드니 다 좋은데 자식들 지청구가 제일 싫다고

우리는 올케언니가 불편해 할까 봐

이렇게 하시라 저렇게 하시라 부탁 드리면

지청구좀 그만해라

늙는 씨 따로 없다, 너희도 곧 늙으면 이 에미 생각 할 것이다 .

그땐 몰랐다.

나도 늙는다는 자명한 이치를 ~~

 

요즘의 나도 슬슬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당부를 듣는다.

약 잘 챙겨 드세요.

운동도 하세요.

우리들 다 바쁘니 오라가라 마시고

며느리 서운하게 하지 마세요 ... 등등

내가 뭘 ~???

요즘은 신식이라 시집 온 며느리가 시부모 밥 한 끼도 안 해 줘도 되고

전화나 찾아 오는 일 덜 해도 하는 일이 있으니

또는 여권신장,양성평등 외쳐대니 뭔 할 말이 있을거라고

지네들만 시집살이 살고 ,

지네들만 아이낳고

지네들만 세상 약고 지혜롭게 사는 것 같겠지만

부리기는 늙은 말이 낫단다.

나두 기 좀 펴고 살자.

 

그럴 때 나는 카메라 하나 들고 훌쩍 집을 나선다.

나의 네모세상은 나에게 잔소리 하지 않는다.

아름다움만 보여 줄 따름이다.

난 그 아름다운 세상을 사랑한다.

오늘도 변함 없이 하는 기도

순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나의 노년도 그리 흘러가 무지개 다리 건널 수 있기를...

감사한 나의 예순 다섯 가을이 오늘도 빠르게 내 앞을 서성이다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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