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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시간이라는 명약

 

 

 

살다보니

60 높은 고개를 넘기고

이젠 주변을 돌아보며 많은 것들을 버리고 단촐한 짐만 가지고

이사를 감행 했습니다.

25년을 살던 곳을 뜨는 일이 마음으로 쉽지 않았지만

10여년 전 살아 보고 싶다고 점 찍었던 곳으로 인연이 닿아

옮기고 보니

산자락에 있는 작은 아파트인데 앞 뒤로 산이 보이며 뻥 뚫린 공간이 참 맘에 듭니다.

1004호로 정해지며 덕분에 천사할머니란 별명도 얻었구요 .

 

살던 집에 들어 올 사람이 이삿날을 자꾸 변경하는 바람에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되어 명절이고,남편 생일이고 에라 이번은 건너뛰자

그리하여 명절 무렵에 아이들하고 모여 식사 하는 것으로 퉁 치고

이사 축하금을 주기에 감사 또 감사하며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이사 하는 날

전문가의 손을 빌려 하는 이사지만

제 맘과 몸은 지쳐 거의 20여일을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힘이 들었지요 .

 

이삿짐을 들여 놓고

따뜻한 국물이라도 목을 축여야 살 것 같아 식당을 찾아 가는데

아들의 전화가 옵니다.

사정 얘기를 하고 뭐하냐 물으니

집에서 쉬고 있어 이제 일어났지롱~ 하며 애교를 떱니다.

순간

이녀석아 넌 마음이 따뜻하면 안되겠니? 싶어

이사 잘 했나 잠시 들러보면 안되겠니?(차로 20분거리)

오늘은 못 오더라도 낼 아버지 생신이니 며느리 시간 되면 상의해서 낮에 점심 먹으러 들리면 밥은 내가 사마 했지요 .

며느리는 오후 근무라 못올거라 하기에 그럼 너라도 ~ 했더니 난색을 표하기에

책망 하자는건 아니지만 자식된 도리로 그것도 못하냐고

하고는 엄마 목도 아프고 배도 고프니 일단 끊자 했지요 .

 

칼국수 국물로 목을 축이고

집에 와 잠시 쉬고 있는데 출근했다는 며느리 전화 왔지요 .

그래 역시 넌 내 며느리 ,근무 중에도 잊지 않고 걱정 되어 전화 했구나 반가웠습니다.

그랬더니 볼멘소리로 서운하다는 겁니다.

도대체 뭐가? 어째서?

4년이 되었지만 싫은 소리 하나 하지 않고 위해 받쳤건만...

별 생각이 다 스쳐 갑니다.

내용인 즉슨 지네가 자식된 도리를 못한게 뭐냐는 거였습니다.

아니 왜 그런 생각을 하냐니까

어머니가 명절이고 생신이고 이사고 퉁치자 해 놓고 안 와 본대서 서운하다는 겁니다.

 

자기 남편 즉 내 아들이 그리 전했다는 겁니다.

자식된 도리를 못했다고 제가 그랬다구요 .

볼멘소리 전화로는 감정이 더 상하니 아들불러 얘기 하겠다니

그사람 둘이 아니면 안가는거 아시면서 그러냐고 하더라구요.

 

전달 과정이 어찌 됐는지 모르지만

두사람 말을 번갈아 들어보니

며느리는 어머니 말을 그대로 전해 들었다 하고

아들은 엄마가 하신 말씀 그대로 전했다하니

기가막혀 할 말이 없었지요.

호사다마라 했던가요

생각같아선 둘다 불러다 벌을 세우고 싶었지만

이젠 이빨 빠진 종이 호랑이 .

헝크러진 감정을 사나흘 삭히다가

며느리에게 장문의 메세지로

마음 풀어라

어휘선택이 잘 못 돼 불상사가 난 것 같다 하고 달랬지만 참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가고

아들녀석 진퇴양난인지

전화해서 엄짱!!

지가 업무적으로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인것 같다고

죄송하다고

내일은 집에 와서 자면서 얘기도 하고 엄마 밥도 먹어야겠다며 너스레를 떱니다.

며느리 허락은 받았냐니까 상의 했다는군요 .

아들이야 전화 목소리 듣고보니 다 풀어진 것 같은데

며늘아기는 그날 퍼부은 후로 잠잠합니다.

무엇이 그렇게 난감한 상황을 만들었는지 내 마음과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졌음이 지금도 멍하게 합니다.

조금 더 시간이 가면

그땐 서로의 마음이 이렇게 달랐노라고... 이제보니 참 아무것도 아니라고

둥글어진 마음으로 다시 마주 할 수 있겠지만

이사 해 놓고 자식들 불러 맛난 것 해서 함께 나누고자 했던 마음이 주춤 해 졌습니다.

 

젊은이들 많이 배우고 똑똑하고

자기의사 분명한 줄 알지만

저의 30대와 참 많이 다름에 반성도 하고 나름 다짐도 합니다.

작은 실수도 하지 않기를 ~ 시어머니로 지혜롭게 잘 살아가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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