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에
부모님은 환갑을 맞으셨으니
늦둥이인 나에게 할아버지 회갑까지 고3이 조퇴를 해야겠냐며 말리시던 선생님이 생각난다.
졸업하던 그 이듬해 나의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지금 생각 해 보면
너무 빨리 떠나신 것 같아 참 그립고 그리워
마음 속으로 불러 볼 때가 있다. 칠 남매 중에 나만 출가 시키지 못하고 가시면서
이웃 지인에게 우리 막내 딸 잘 좀 살펴 주시게 하셨다던 아버지.
나는 우리 아버지가 떠나신 그 나이보다 더 살고 있다.
살아보니 남들은 날 보고 할머니라 하지만
내 마음으로 보는 거울 속의 나는 사십 줄에 적당히 성숙한 아줌마일 뿐이다.
그래도 엘베에서 혼자 마주하는 얼굴은 흰 머리카락이 보이고 주름도 생기기 시작하고
얼굴빛도 고운 티는 전혀 없는 할머니인걸 어쩌랴
그렇지만 요즘은 내 나이가 참 감사하다.
아이들 다 짝 지워 놓았으니
아들이든 딸이든 조금 마음에 안든들 너네끼리 잘 살아 봐라
적당히 거리를 밀쳐 둘 수 있어 좋고
세상 바라보는 눈이 욕심이 없어져서 좋고
하루하루 변하는 세상이 적당히 아까워 더 아름답게 보이니 좋다.
그리고 이제는 언제 무지개 다리를 건넌다 해도
크게 억울할게 없다는 것이다.
맛난 것도 다 먹어 보았고
좋은 곳도 많이 가 보았고
좋은 옷도 입어 보았고
사랑하는 사람도 내 몫으로 있으니
뭐가 아쉬울게 있을까
전에 어머니께서 말씀 하셨다
나이드니 다 좋은데 자식들 지청구가 제일 싫다고
우리는 올케언니가 불편해 할까 봐
이렇게 하시라 저렇게 하시라 부탁 드리면
지청구좀 그만해라
늙는 씨 따로 없다, 너희도 곧 늙으면 이 에미 생각 할 것이다 .
그땐 몰랐다.
나도 늙는다는 자명한 이치를 ~~
요즘의 나도 슬슬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당부를 듣는다.
약 잘 챙겨 드세요.
운동도 하세요.
우리들 다 바쁘니 오라가라 마시고
며느리 서운하게 하지 마세요 ... 등등
내가 뭘 ~???
요즘은 신식이라 시집 온 며느리가 시부모 밥 한 끼도 안 해 줘도 되고
전화나 찾아 오는 일 덜 해도 하는 일이 있으니
또는 여권신장,양성평등 외쳐대니 뭔 할 말이 있을거라고
지네들만 시집살이 살고 ,
지네들만 아이낳고
지네들만 세상 약고 지혜롭게 사는 것 같겠지만
부리기는 늙은 말이 낫단다.
나두 기 좀 펴고 살자.
그럴 때 나는 카메라 하나 들고 훌쩍 집을 나선다.
나의 네모세상은 나에게 잔소리 하지 않는다.
아름다움만 보여 줄 따름이다.
난 그 아름다운 세상을 사랑한다.
오늘도 변함 없이 하는 기도
순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나의 노년도 그리 흘러가 무지개 다리 건널 수 있기를...
감사한 나의 예순 다섯 가을이 오늘도 빠르게 내 앞을 서성이다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