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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유리구슬/2020-11-18

어릴 적 시골 생활이란 어쩌면 심심하고

어쩌면 자연과 무궁무진 볼거리 놀거리가 많지만

가끔 사랑채 툇마루 양지쪽에 앉아

유리구슬을 햇볕에 비추어 보고 있으면

그 안에 우주가 있고 신비의 나라도 있고

나의 꿈도 있는 듯했다.

 

오늘 서울 병원 가는 길에

병원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은 유리구슬이었다.

문득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이 떠 올라

그림 속의 구슬을 만져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유리구슬을 요정이 준 구슬쯤으로 알고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다녔던 그때

부모님과 언니 오빠들이 위해 주기만 했으니

내가 본 그 신비의 세상은 내 것이라 여겼는지도 모른다.

 

성장 해 가면서 겪고

이겨내고 옹이도 적당히 만들며 살아온 지금

다시 돌아가라 하면 나는 절대 못 가겠지만

가끔 그 아무것도 모르던 철부지 시절이

나를 미소 짓게 한다.

 

지금도 가다가다 벽을 마주한 듯

다 내려놓고 싶기도 하고

어떤 날은 어제 안 죽길 참 잘했다 싶기도 하고

어려서 들여다본 유리구슬이 주는 메시지를 다 해석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지금의 나다.

 

 

※일찍 서울 올라가 종일 병원 의자 신세지고 내려오니

남편이나 나는 넉다운.

그래도 별일 없다니 안도하고 감사한 날 (6개월 뒤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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