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눈이 내린다.
저녁에 이벤트로 맛난 것 사주겠다는 약속을 다음으로 미루고 싶지만
됐다 됐다 하면 아주 돼 버릴까 하여
눈길을 달려 레스토랑에 갔다.
사실 나이들어가며 우아하게 식사할 일도 별로 없고
청국장이나 찌개,탕,찜 이런 것에 익숙한 우리는
포크, 나이프 사용하는 것부터가 불편하다.
그래도 오늘은 마음이라도 우아하고 싶은 날
기념일이잖은가.
깔끔하고
젊은 연인들이 곳곳에 앉아 있으니 분위기도 좋다.
안내하는 자리에 앉으니
태블릿 PC를 앞에 놓아주며 메뉴를 골라 주문 바구니에 담고
완료를 클릭하면 주문이 끝난단다.
순간 (이런~~) 하고 있었지만
천천히 눈치껏 클릭 클릭
파스타와,스테이크 주문 완료.
잠시 기다리니
뭐라 뭐라 이야기하는 기계가 옆에 와 멈춘다.
아하 네가 로봇이구나.
로봇이 서빙을 한다더니 정확한 테이블로 와서 인사까지 한다.
옮기고 완료 누르니 신통하게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 서 있다.
눈 코 입만 없었지, 요물이다.
그렇게 저녁 식사하고
아르바이트생에게 친절한 설명 다시 듣고
다음엔 다른 메뉴를 드셔 보라는 추천까지 받고 나왔다.
요즘은 대형매장에 가면 거의 키오스크로 자동 주문하는 게 보편화되고 있으니
모르고 살면 처진 세대로 편입될까 두려워서
신문물 앞에 용감하게 서 본다.
참 많이 변한 세상이다.
물향기수목원 정문 앞 파스타전문점
비다벨로(아름다운 인생)
요것이 배달하는 로봇
한번 폼 내는 것은 좋지만
집에 끓여 둔 비지찌개 생각 간절한 촌 할매의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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