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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바람따라

간월암

 

몇해 전

최인호 소설 길없는 길을 읽고 맨먼저 달려 갔던 간월암,

그때엔 물이 들어와 있었고 카메라도 없어 아쉽게 돌아섰었다.

이번 여행에서 돌아본 간월암은

그동안의 궁금했던 마음을 다 해결해 주었다.

 

 

 

해안가에서 한발짝 물러난 바닷속에 또 하나의 작은 섬이 떠 있었다. 

섬이라기보다 돌팔매질한 작은 돌멩이와 같은 바위섬이었다. 

섬 속에 또 하나의 섬이 떠 있는 셈이었다. 

그 바위섬 속에 한눈에도 암자임을 알 수 있는 건물이 마치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석화(石花)처럼 세워져 있었다.

  간월암이다.

  나는 하늘도, 바다도 모두 붉은 핏빛으로 충혈되어 있는 풍경 속에 니는 석양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눈부신 암자의 모습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러나 나는 그곳으로 갈 수 없었다.

  부풀어오를 대로 오른 만조는 섬에서 암자로 가는 길을 바닷물로 막아버린 셈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암자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바닷가에 앉아 물이 빠져 간조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껏 물은 차 올라와 그 고비가 지난 후였으므로 파도는 조금씩 기세를 잃고

썰물로 돌아서고 있었지만 아직도 바닷물은 깊어 걸어서 암자로 가기까지는 한참을 더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키 작은 대나무 숲이 우거진 섬의 기슭에 주저앉았다. 

어리잡아 간월암이 있는 섬까지의 거리는 백여 미터 밖에 되지 않는 짧은 거리. 

그 �은 거리를 바닷물이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섬 속의 섬인 간월암은 하루에 네번씩 밀물과 썰물이 번갈아 일어남으로써

밀물 때엔 꼼짝없이 섬으로부터도 버림을 받아 고도(孤島)가 되어버린다.

 -길없는 길 중에-

 

대웅전

 

 

 

채우는 것과

비우는 것

과연 다를게 무엇인가 !

내 마음속을 드나드는 근심처럼

사람들은 끊임 없이 저 문을 드나 들고 있었다.

 

 

 오래된 사철나무와 팽나무가 법당 뜰을 채우고 있었다.

바위뿐인것 같은 이 작은 섬에 뿌리 내리고 오래도록 살고 있는게 참 신기하기만 했다.

 

 

 간월암을 나와 세상속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의 머리위엔

모감주 나무가 노란 물을 들여가고 있는 중이다.

 간월암을 지키는 백구?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눈은 뜨고 있으나 장님인 내 눈에, 바람에 불려 머리 풀고 흩어지는 대나무 숲이 보였다. 

물은 거의 빠져나가 암벽이 드러나고 있었다. 

눈은 뜨고 있으나 장님인 내 눈에 한껏 차올랐다. 

썰물이되어 빠져나가 비로소 드러난 섬까지로 건너가는 길이 보였다. 

아직 오나전히 빠져나가지 못하여 암벽 위의 곳곳마다 물이 괴어 있었다. 

그 괸 물마다 달빛이 금박의 가루처럼 반짝이며 부서지고 있었다.

  나는 비로소 열린 길을 따라 걷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나는 천천히 암벽 위로 올라섰다. 

아직 물이 완전히 빠져나가지 아니하여 드문드문 바닷물이 괴어 있어 앙말을 적실 정도었다. 

구두를 벗고 맨발이 될까 하다가 그대로 바짓가랑이만을 약간 걷기로 하였다. 

눈앞에 두고도 바닷물이 가로막혀 멀게만 느껴졌던 암자까지의 길은 바닷물이 빠지자 지척이었다.

 

-최인호소설,길없는 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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