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안개 피어 오르는 차 밭을 돌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 부터 해왔지만 거리가 멀고
인연이 닿지 않았던 곳
이번 여행길에 잠시 둘러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간절히 바라는 것은 닿지 않는 곳이 없다.'
맞는 말이다.
해남에서 2번 국도를 타고 동쪽을 향해 달렸다.
보성차밭 입구
밭으로 가는 삼나무길이 참 아름다웠다.
성찮은 나를 데리고 가 보고 싶다는 곳 투정없이 데리고 다녀 주는 남편의 모습이
삼나무길을 걷는 내내 멋져 보였다.
녹차 아이스크림의 부드럽고 은은한 맛은,
결혼27년, 새롭게 보이는 남편의 모습 같았다.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은
그동안 TV에서 보았던 모습과 다르기도 했지만
찾아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걸을 수 없는 내 사정상 최 단거리를 돌아 보고 내려 오게 되었다.
어느 곳을 보아도 다 그림을 보는 것 같은 풍경
다정한 사람들의 사진 찍는 모습도 담아 보았다.
(사실은 저 자리가 빌 틈이 없어서,어쩔 수 없이...)
서둘러 차 밭을 빠져 나온 이유는 화순의 운주사를 가기 위함이었다.
29번 도로를 눈 깜박 할 사이에 놓쳐 버리고18번 국도를 달리다
지방도를 바꿔 타고 간신히 29번 도로를 찾아 운주사를 향했건만
공사중으로 안내표지판이 없어져 화순시내까지 들어 오게 되었으니 낭패로다.
시민의 안내로 되돌아 능주로 갔으나 그 곳에서 18km를 더 가야 한단다.
저녁 6시30분을 넘긴 시간
그 곳에 가면 제대로 돌아 볼 수가 없을 것 같아
어렵게 돌고 돌던 길을 되집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ㅠㅠ
여행을 하다 보면 예상 했던 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
내 삶도 여행과 같아 지금까지
나의 계획대로 되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차 밭의 이랑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 처럼
나의 굴곡 많은 삶도
이 담에 되 돌아 보았을 때
아름다운 주름을 가지고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인연이 닿으면 만나지는 것들,
아마도 운주사에 가고자 하는 바램이 간절하지 않았었나 보다.
이 다음에 다시 찾아 갈 때는 꼭 제대로 찾아 가리라.
운주사를 돌아 보지 못한 것은 어제의 인연이 거기 까지였다고... 위로 해 본다.
나의 평화로웠던 1박2일은 끝이 나고
바다의 종점인 도시로 돌아 와 일상을 맞이 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탈출 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왜 내일에 희망을 거는가?
왜?
저 터널 뒤에서 웃으며 날 반겨줄 미래가 있기에...
집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한 시
고속도로는 최악의 저속도로였다.
주말엔 움직이지 않도록 계획을 세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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