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2 25
햇살도
항상 노란빛은 아니다
가을햇살은 웬지 파르라니 초록빛이고
겨울햇살은 하얀 빛이고
봄햇살은 노란빛으로 우리에게 오듯
나의 식탁을 차지하는 된장찌개의 맛도
그안에 담기는 내용물에 따라
맛은 참으로 다르다
여름에는 애호박과 청양고추가 어우러져야
매콤하고 개운하고
찬바람이 소슬하게 불어올때는 된장보다는
청국장이 입맛을 돋운다
그런데
겨울을 벗어나는 이무렵은
정말 나의 입맛을 땡기게 하는게 있다
그건 햇 봄나물일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긴 겨울을 김장독에서 묵은 신김치를 꺼내 헹구어
하룻밤 재웠다가
된장 슴슴하게 풀고
김치 줄거리 긴채로 냄비에 담고
거기에 국물내는 왕멸치 몇마리 잠수시켜
은근히 끓여내면
그 구수한 냄새로
밤콩 듬성듬성 넣어지은 밥 한그릇은 누구에게나
진수성찬이 되고 만다
그래도
내품에서 자란 아이들이라서
된장국 냄새를 맡은 우리 아들은
"엄마 봄냄새죠?
엄마는 똑같은 된장인데 왜 봄냄새라고 구분을 하신담!"
이제는
계절을 알아가고 있는듯하다
작은애 백일무렵 시골로 이사한후
봄이 되면서 들녁을 무던히도 돌아 다녔다
산야초 한뿌리라도
소중함을 알고
야생화 한송이도 그저 아무렇게나 피어나는것이 아님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으니까...
작은애는 양지꽃을 보고 생일 꽃이라 했다
노랗고 작은 앙징스런꽃이 동그랗게 무리지어 핀모습을 보고
생일 케잌같다고 말했으니까
그 이후로 생일꽃이 된것이다
지금도 크로버가 많은 풀밭에 가면 행운을 찾겠다고
잠시 쪼그리고 앉았다가는것은 나와 딸아이의 닮은점이다
뾰족히 봄맞이 나온 쑥을 뜯어
쌀가루 빻아다가
쑥버무리도 하고
좀더 자란쑥으로는 삶아서 개떡도 만들어 먹었다
개떡은 원래는 쑥갠떡이었던것이 변해서 개떡으로 불리워졌다고도 한다
난 동그랗게
아이들은 토끼모양,별모양 하트....
그렇게 기분대로 만들어 익혀먹으면 되는데
모양은 어떻든간에
봄을 흠뻑 느낄수 있는 향은 같다는것이다
창밖을 보니
안개가 자욱하다
봄처녀는 부끄러움이 많아
안개로 커튼을 치고 오시나보다
얼른 노란 햇살 퍼지고
쑥이 자라 내가 봄떡을 만들어 이웃과 정을 나눌수 있는
그런날이 왔으면 좋겠다
오늘아침
나의 부엌에선 봄을 알리는 구수한 된장냄새가
행복이 되어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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